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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집밥 생활 속의 표준어

입력
2020.04.17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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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 19 사태가 길어지다 보니 밖에서 밥 먹을 일이 줄어든다. 음식 만드는 재주가 없는 사람들은 배달 음식에 의존해 보지만, 삼시 세끼를 계속 배달 음식으로 때울 수야 없는 노릇인지라 결국 집밥을 해 먹게 된다. 그래서인지 가정용 쌀 판매가 크게 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집에서 밥을 해 먹으려면 먼저 쌀을 ‘안쳐야’ 한다. ‘안치다’는 밥, 떡, 찌개 따위를 만들기 위하여 그 재료를 솥이나 냄비 따위에 넣고 불 위에 올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안치다’와 ‘앉히다’의 발음이 같다 보니 ‘쌀을 앉히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앉히다’는 ‘앉다’의 사동사로서 ‘앉게 하다’ 등의 뜻이 있다.

밥을 자주 하다 보면 계량컵이 없어도 물의 양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이렇게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하여 헤아리는 것을 ‘겉잡다’라고 한다. ‘겉잡다’와 같은 발음인 ‘걷잡다’는 ‘마음이나 형세를 붙들어 잡다’라는 뜻으로 ‘걷잡을 수 없이’ 등으로 쓰인다. 밥물을 겉잡았다가 실패하면 걷잡을 수 없는 후회가 밀려올 테니 신중하게 물을 잡도록 하자.

밥이 지겨워지면 별식으로 파전을 부쳐 보자. 파전은 ‘붙이는’ 게 아니고 ‘부치는’ 것이다. 이 둘은 발음도 같거니와 ‘붙이는’ 동작과 ‘부치는’ 동작이 비슷하여 헷갈리기 쉽다. 그러나 파전을 프라이팬에 붙이기만 하면 태우게 되므로 부쳐 먹자.

그러다 봄철 건조한 날씨에 기침이 나면 도라지를 달여서 차로 마셔 보자. ‘달이다’는 약재에 물을 부어 우러나도록 끓이는 것이고, 같은 발음인 ‘다리다’는 구김을 펴기 위해 다리미로 문지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라지는 다리지 말고 달여야 한다. 어차피 도라지를 달여내고 나면 퉁퉁 불어 버리므로 힘들여 다릴 필요가 없다.

강미영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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