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등 중진 줄줄이 고배
‘총선용 호남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민생당을 향한 민심은 매서웠다. 민생당은 믿었던 지역인 호남에서 지역구 의석을 전부 잃었고 비례대표도 차지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20석을 보유한 원내 제3당에서 한순간에 0석 원외 정당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6일 0시 30분까지 진행된 4ㆍ15 총선 개표 결과에서 민생당은 광주ㆍ전남ㆍ전북을 비롯한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을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당내 최다선 의원 천정배(66ㆍ6선) 후보는 20.6%를 얻어 75.8%를 득표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크게 뒤처졌다. 전남 목포 박지원(78ㆍ4선) 후보, 전북 전주시병 정동영(67ㆍ4선) 후보 등 여의도의 대표적인 ‘올드보이’들도 모두 낙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앞서 전날 발표된 SBS 출구조사에서는 민생당이 최대 4석을 점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비례대표 득표율이 반등해 3%를 넘는다 해도 최대 1석을 넘기긴 어려운 상황이다.
민생당 참패는 예견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계파 갈등으로 갈라섰던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이 바른미래당과 함께 지난 2월 말 급하게 출범시킨 민생당은 총선용 합당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었다. 합당 이후에도 계파 갈등이 봉합되지 않으면서 비례연합정당 참여 여부와 공천 문제 등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민생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호남 싹쓸이’를 막아달라며 여당 견제용 표를 호소했지만 효과는 전무했다. 특히 당내 중진이 모조리 낙선하며 사실상 존폐 기로에 놓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손학규 민생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출구조사 발표 직후 “현재 상태로는 상당히 비관적이고 실망스럽다”며 “앞으로 우리나라 정치가 또다시 거대 양당의 싸움판 정치로 가지 않을까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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