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카드ㆍ캐피털사, 급전 필요한 게 맞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카드ㆍ캐피털사, 급전 필요한 게 맞나

입력
2020.04.16 04:30
25면
0 0
한국스포츠경제
한국스포츠경제

카드사와 캐피털사 등은 시중은행처럼 예금상품으로 고객 돈을 받을 수 있는 수신 기능은 없지만, 고객들에게 신용을 제공(여신)하는 기능은 있다. 그래서 여신전문금융사라고 부른다. 이 회사들은 회사채 일종인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를 발행해 현금(대출금)을 쟁여둔다. 카드사들의 경우 전체 자금의 70%를 여전채를 통해 조달할 정도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여전사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사실상 유일한 ‘돈맥’인 여전채 시장의 수요가 쪼그라드는 신용 경색 현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들의 영업활동이 힘들어지면서 너도나도 현금 확보를 위해 회사채 발행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여전채가 외면을 받게 된 것이다. 3월 여전채 순발행액은 1월에 비해 무려 89.1%나 급감했다.

문제는 여전채 발행이 중단되면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등 저신용자들의 대출창구인 신용카드사나 캐피털사들이 영업을 접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조성된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지원 대상에 여전채를 포함시켰다. 그리고 지난 6일 공개 경쟁 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입찰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다. 하루 이틀 논의가 지연되더니 14일에서야 200억원 규모의 메리츠캐피털 3년 만기 여전채를 첫 매입했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일방적으로 입찰을 미뤘다고 주장하지만, 그보다는 여전업계의 ‘금리 욕심’이 배경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통상 채권을 발행할 때는 시장평균금리에 발행 회사의 신용도를 반영해 스프레드(금리차)를 얹는데, 여전사들이 오히려 시장 금리보다 싸게 사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물론 금리를 비싸게 주고 돈을 빌려오면 향후 이자 압박이 높아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당국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말 그대로 ‘급전’이 필요하다 해서 채안펀드로 매입을 해주겠다고 하니, 한술 더 떠서 ‘싼 금리’에 목을 메며 열흘 가까운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현금이 급한 기업의 채권을 사는 것은 그만큼의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급전이 필요한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높은 금리’를 주고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돈을 빌려오려 하는 이유다. 하지만 여전사들의 행동은 이와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여전업계가 정말 급전이 필요한 게 맞는지, 의심이 커지는 이유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