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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속의 여론] “회사는 가고 마트는 줄이고” 우리들의 ‘거리두기’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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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속의 여론] “회사는 가고 마트는 줄이고” 우리들의 ‘거리두기’ 모습은

입력
2020.04.18 18:00
수정
2020.04.18 19:23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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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이 한국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핵심이자 성공요인이라고 한 목소리로 칭찬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전국 단위의 선거도 무사히 진행됐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우리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한 달이 넘도록 두문불출하며 도시락만 먹었다는 사람도 있지만, 주말에 다녀온 백화점에 인파가 드물어 오히려 안전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각 개인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행하는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사람과 안 지키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한국리서치 여론속의여론팀이 3월 27~30일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 현황과 행태 등을 확인해봤다.

“친구나 지인 안 만난다” 61%

먼저 응답자의 94%가 본인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잘 지키지 않는다는 응답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림 1)

[저작권한국일보] 사회적 거리두기 잘 지키는가 -김문중 기자/2020-04-16(한국일보)
[저작권한국일보] 사회적 거리두기 잘 지키는가 -김문중 기자/2020-04-16(한국일보)

그럼 국민들이 생각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준과 허용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관계별로 보면 친구ㆍ지인(61%), 친인척(58%)과는 “만나면 안 된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비해 따로 사는 가족(42%)이나 직장동료 등 업무적 관계(39%)에선 만나면 안 된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비동거 가족의 만남이나 업무차원으로 직장 동료를 접촉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는 얘기다. (그림 2)

[저작권한국일보] 사회적 거리두기 허용 범위 -김문중 기자/2020-04-16(한국일보)
[저작권한국일보] 사회적 거리두기 허용 범위 -김문중 기자/2020-04-16(한국일보)

행위 차원에서 보면 직장이나 영업장은 67%가, 동네 마트나 편의점은 61%가 방문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 밖에는 모두 안 된다는 응답이 높았다. 특히 지역 축제, 여행, 종교모임 등 문화ㆍ여가 활동에 대해선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중이용시설, 동네카페 및 음식점, 산ㆍ바다ㆍ공원 등 자연녹지공간은 방문해선 안 된다는 답이 각각 58%, 45%, 40%로 비교적 낮았다. 우리 삶을 더 즐겁고 편리하게 하는 것들 중에선 일상과 비일상 생활을 구분해 강약 조절을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림 3)

[저작권한국일보] 장소·행사별 거리두기 허용 범위/2020-04-16(한국일보)
[저작권한국일보] 장소·행사별 거리두기 허용 범위/2020-04-16(한국일보)

직장과 동네 마트 외엔 안 가

이러한 사회적 거리두기 인식은 실제 개개인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응답자의 86%가 3월 14~30일 동네 마트나 편의점을, 83%는 직장이나 영업장을 갔다고 답했다. 이에 비해 동네카페와 음식점, 대형 마트ㆍ쇼핑몰ㆍ백화점ㆍ영화관ㆍ게임방 등의 다중이용시설, 산ㆍ바다ㆍ공원 등의 자연녹지공간에 대해선 10명 중 4명만 방문했다고 답했다. 나아가 지인과의 모임이나 회식(15%), 타지역 거주 가족 방문 및 맞이(13%), 종교모임(6%), 경조사(5%), 국내 여행(4%) 활동을 했다는 응답은 더 낮아, 시민들 스스로 철저히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림 4)

[저작권한국일보] 장소별 방문 여부/2020-04-16(한국일보)
[저작권한국일보] 장소별 방문 여부/2020-04-16(한국일보)

방문 경험이 10% 이상인 장소에 대해 평소보다 방문을 얼마나 자제했는지 물었다. 직장과 영업장으로 출근하는 것은 평소와 비슷하다는 답이 61%였다. 나머지는 모두 10명 중 8명 이상이 줄었다고 답했다. (그림 5)

[저작권한국일보] 장소별 방문 자제 정도/2020-04-16(한국일보)
[저작권한국일보] 장소별 방문 자제 정도/2020-04-16(한국일보)

주목할 점은 동네 마트나 편의점을 가는 것을 꺼리면서도 실제 방문 비율은 높다는 사실이다. 생필품과 식재료 구입 등 당장의 생활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방문 횟수는 줄여도 방문 자체를 줄이긴 어려운 탓으로 보인다.

여성이 사회적 거리두기 잘 지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3월 14~30일 13개 장소별 방문 여부를 점수화해 3개의 집단으로 구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집단(13개 중 2개 이하 방문)은 44%, 중간 집단(3,4개 방문)은 40%, 잘 안 지키는 집단(5개 이상 방문)은 16%로 집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집단은 여자(51%), 60세 이상(51%), 20대(44%)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에 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안 지키는 집단은 여자(12%)보다 남자(21%)가 많았다. 또 20대(22.4%)가 60대(11%)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림 6)

[저작권한국일보] 사회적 거리두기 객관적 평가/2020-04-16(한국일보)
[저작권한국일보] 사회적 거리두기 객관적 평가/2020-04-16(한국일보)

다만 20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집단과 잘 안 지키는 집단으로 양분되는 모습도 나타났다. 30대와 50대는 중간집단으로 수렴했다.

“나는 잘 지키는데 다른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관적으로 평가한 결과는 미묘했다. 모든 연령에서 본인은 잘 지키고 있다는 답변(94%)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가 컸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셈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있다’에 동의한 응답은 61%에 그쳤다. 심지어 20, 30대에선 우리나라 국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키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과반을 넘었다. (그림 7)

[저작권한국일보] 다른 사람들이 잘 지키는지에 대한 평가/2020-04-16(한국일보)
[저작권한국일보] 다른 사람들이 잘 지키는지에 대한 평가/2020-04-16(한국일보)

“강력한 통제 필요” 70%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전 국민적 노력에 역행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와 강한 사회적 비난이 정당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10명 중 7명이 사회적 거리두기는 정부의 강력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을 경우 비난할 수 있다는 의견에도 80%가 동의했다. (그림 8)

[저작권한국일보] 사회적 통제와 비난에 대한 인식/2020-04-16(한국일보)
[저작권한국일보] 사회적 통제와 비난에 대한 인식/2020-04-16(한국일보)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는 집단일수록 더 강력한 통제(76%)를 원했다. 반면 잘 안 지키는 집단은 같은 답이 51%로 낮아졌다. 비난여부에서도 비슷했다. 실천을 잘 하는 집단일수록 비난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조했다.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실천 정도가 높은 집단에선 16%, 실천 정도가 낮은 집단에선 38%를 기록했다. (그림 9)

[저작권한국일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집단별 인식/2020-04-16(한국일보)
[저작권한국일보]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집단별 인식/2020-04-16(한국일보)

정부의 강력한 권고도 있긴 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 건 국민 개개인이다. 국민들 모두 본인의 불편함을 감수했다. 이러한 성숙한 시민의식이 사회적 거리두기의 성공, 나아가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극적으로 줄어든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혜민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사업2본부 부장

[여론과여론속]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현황/2020-04-16(한국일보)
[여론과여론속]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현황/2020-04-16(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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