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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세월호 정치

입력
2020.04.15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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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거치된 전남 목포신항 주변 펜스에 묶인 노란색 리본이 9일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목포=이승엽 기자
세월호가 거치된 전남 목포신항 주변 펜스에 묶인 노란색 리본이 9일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목포=이승엽 기자

4ㆍ15 총선 직전 세월호가 호출됐다. 차명진 미래통합당 후보가 토론회에서 확인되지 않은 의혹 제기로 세월호 유가족들을 모욕한 것이다. 당은 차 후보에게 제명 결정을 내렸으나 총선 하루 전 법원 결정에 따라 그는 결국 총선을 완주했다. 같은 당 김진태 후보의 선거운동원도 세월호 추모 현수막 수십 장을 훼손했다가 고발당했지만 운동원 개인의 일탈로 치부되면서 김 후보도 총선 레이스를 끝까지 마쳤다. 모두 세월호 6주기를 맞는 유가족들에게 상처가 되는 행위였지만 오히려 지지자들은 이들을 ‘바른 말 하는 정치인’으로 치켜 올렸다.

□참사 이후 6년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는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을 표하는 시민들과 그런 행동이 위선이라며 유가족들에게 혐오를 쏟아내는 이들로 갈라져 있다. 전자에게 세월호 유가족은 사회적 재난의 희생자로 공감의 대상이지만, 후자들은 세월호 문제를 오로지 우파를 공격하는 정치 문제로 본다. ‘일베’ 이용자들의 세월호 게시물을 분석한 연구(강태수ㆍ신진욱ㆍ2019)에 따르면 이들은 세월호 이슈가 우파 진영에 정치적 영향을 미치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글을 올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의혹이 불거졌던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세월호 인양 지연이 이뤄진다는 비판이 높아지던 2017년 3월 등이 바로 그 시기다. 차 후보가 총선 직전 세월호 유가족을 모욕한 건 지지자들을 겨냥한 의도된 ‘정치 마케팅’이었다.

□정치적 변곡점마다 세월호 문제가 정쟁화되는 사이 유가족들의 몸과 마음의 병은 깊어지고 있다. 트라우마 치료센터인 안산 온마음센터의 유가족ㆍ생존자ㆍ생존자 가족(239명)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가족의 84.4%가 우울증 임상적 위험군으로 분류됐고, 유가족 중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거의 매일 하는 사람’도 11.2%나 됐다. 유가족들의 가치관은 ‘이 세상은 믿지 못하고 위험한 곳’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된다’ 는 쪽으로 변했다.

□코로나19 사태와 총선이 겹치면서 올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관심이 많이 엷어졌다. 이맘 때면 추모객들이 붐빌 팽목항 일대도 을씨년스럽다고 한다. 걱정이 되는 건 유가족들이 기대를 걸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수사 외압 의혹 및 특조위의 조사 방해 의혹에 대한 수사가 선거 결과에 따라 동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세월호 참사는 더 이상 당리당략에 따라 이용돼서는 안된다. 그것이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이왕구 논설위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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