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5차례 총선 중 4차례 하락
총선 자체보다 코로나가 변수로
21대 총선 결과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을 놓고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역대로 ‘선거 이후엔 주가가 하락한다’는 증권가 속설이 어느 정도 들어 맞아왔기 때문이다. 후보 공약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사라지는 탓이다.
물론 이번 총선은 여느 선거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강력한 변수가 버티고 있어 주가 향방을 섣불리 점칠 수가 없다. 일단 주요 선진국의 양적완화와 경기부양책에 최근 글로벌 투자심리는 서서히 회복하는 모습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재연된다면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0년 16대 총선부터 직전 총선인 2016년 20대 총선까지 총 5차례 국회의원 선거 이후 코스피는 한달 뒤 평균 5.67% 하락했다. 낙폭이 가장 컸던 때는 2004년 제17대 총선 직후다. 그 해 투표일 전날인 4월14일(916.31)부터 5월14일(768.46)까지 코스피는 16%나 하락했다. 19대와 20대 총선 때도 선거 직후 한달 동안 코스피는 각각 3.87%, 0.72%씩 떨어졌다. 다섯 차례 선거에서 코스피가 오른 건 2008년 18대 총선(3.93%)이 유일하다. 확률적으로만 보면 이번 총선 이후에도 증시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선거 전 쏟아지는 공약에 투자 심리가 회복세를 보이다가도 선거 이후 기대감이 사라지며 시장이 약세로 전환한 결과다. 이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 중엔 “(주가가 하락한) 총선 이후 주식을 사겠다”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변수로 과거의 경험이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총선 이후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등락 할 수 있지만 총선 결과 자체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47%)이 절반에 가까운 국내 증시 구조를 고려할 때 내부 요인보다는 코로나19에 따른 대외변수에 주가가 좌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총선 이후 주가 하락도) 그때마다의 대외 상황에 의해 촉발된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17대 총선 이후엔 중국발 긴축재정인 ‘차이나쇼크’가, 19대 땐 유럽 재정위기가 국내 증시를 위협했다. 선거철마다 등장한 정치 테마주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번 선거 때도 주요 정치인과 관련된 ‘총선 테마주’가 잇달아 조명됐지만 대부분 코로나 이슈에 밀려 주가 상승 재미를 보지 못했다.
다만 지난달 코스피가 1,400선까지 추락하며 이미 한 차례 조정을 거친 데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주가 하락을 방어할 가능성이 크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진정된 것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이 연구원은 “정치 이벤트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번 총선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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