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공식화했다. 그간 중립을 지켜오던 그가 본격적으로 민주당의 당력을 한 데 모으는 동시에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대중적 지지를 끌어내는 데에 본격 나선 것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집에서 촬영한 11분짜리 영상 메시지에서 “지식과 경험, 솔직함, 겸손, 공감, 품위가 이끄는 리더십은 입법부에만 있는 게 아니라 백악관에도 있다”면서 “내가 바이든을 미국 대통령으로 자랑스럽게 지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가 바이든을 부통령으로 택한 건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며 “바이든은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모든 자질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부패와 무신경, 허위정보, 무지, 비열함으로 특징지어지는 정치에 맞서 선의의 미국인들이 지금 단합해야 한다”며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지지 동영상은 하루만에 7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큰 관심을 끌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간의 경선 과정에서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해왔지만 막후에서 여러 후보와 접촉하며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역전극을 펼친 ‘슈퍼 화요일’(3월 3일) 경선 직전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시장에게 하차를 조언해 중도진영 후보단일화의 물꼬를 텄다. 또 승패가 판가름 난 이후 샌더스 의원과 수 차레 통화하며 승복과 통합을 설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물론 부인 미셸 오바마의 인기도 여전해 이들 부부의 지원을 받게 된 바이든 전 부통령의 선거캠페인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당장 코로나19 사태로 비상이 걸린 선거자금 모금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공개 지지를 계기로 당내 진보진영의 또 다른 축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도 조만간 지지 선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 의원의 조기 지지 선언으로 4년 전 분열의 악몽에서 벗어난 데 이어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전면 등장이 민주당을 똘똘 뭉치게 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일찌감치 민주당의 총력 지원을 받게 된 건 트럼프 대통령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기자회견에서도 “오바마가 ‘슬리피 조’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나는 안다”고 말하는 등 줄곧 민주당의 분열을 유도해왔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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