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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생이란 무엇일까”… 노년에 들어선 대만인의 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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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인생이란 무엇일까”… 노년에 들어선 대만인의 회한

입력
2020.04.16 07: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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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만계 미국인 모녀는 음력 설을 맞아 차를 함께 마신다. 둘은 마주 앉지는 않았지만 한 곳을 같이 바라본다. 영화 '타이거테일'은 어긋나도 어긋날 수 없는 가족의 속성을 이렇게 묘사한다. 넷플릭스 제공
대만계 미국인 모녀는 음력 설을 맞아 차를 함께 마신다. 둘은 마주 앉지는 않았지만 한 곳을 같이 바라본다. 영화 '타이거테일'은 어긋나도 어긋날 수 없는 가족의 속성을 이렇게 묘사한다. 넷플릭스 제공

사랑을 택할 것인가, 오직 꿈만을 좇을 것인가. 누구에게나 던져지는 고민거리다. 지난 1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타이거테일’의 주인공 핀지이도 다르지 않다.

대만인 핀지이는 어린 시절 생활고 때문에 시골 할머니 집에 맡겨진다. 그곳에서 유안을 만나 소꿉친구로 지내게 되는데, 성인이 돼 둘은 운명적으로 재회한다. 뜨거운 사랑을 꽃피우면서도 두 사람의 미래는 불안하다. 공장에서 어머니와 일하며 좁고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는 핀지이는 유안과의 결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핀지이는 미국에 가 돈을 벌면 어머니를 고생시키지 않고 새로운 삶을 일굴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 그에게 공장 사장은 자신의 딸과 결혼해 함께 미국으로 건너 가는 건 어떠냐고 제안한다. 사랑이냐, 꿈이냐는 갈림길에서 핀지이는 아메리칸 드림을 선택한다.

영화는 노년의 핀지이(치마)가 삶을 되돌아보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유안과의 달콤했던 시간들을 제외하고, 장면마다 핀지이의 회한이 가득하다. 꿈을 택한 핀지이에게 미국에서의 삶은 악몽과 다름없다. 핀지이는 가구 하나 없는 낡은 아파트에 살며 식료품점에 출근해 청소하고 물건 파는 일을 끝 모르게 반복한다. 어머니를 미국으로 데려오지도 못 한다. 사랑 없는 결혼은 갈등만 낳는다. 외로움에 시달리는 아내, 피곤에 찌든 핀지이 사이에는 넓고 깊은 골이 생긴다. 자녀와의 사이도 좋지 않다. 핀지이는 험난한 이민 생활을 이겨내기 위해 딸 앤젤라(크리스틴 고)를 강하게 키우려 하지만, 딸은 그런 아버지를 원망한다. 그래도 아내와 황혼이혼을 한 핀지이와 자주 연락하는 이는 그나마 성인이 된 앤젤라다.

핀지이와 앤젤라의 감정은 종종 어긋나는데, 여기에는 인생의 역설이 한 몫 한다. 핀지이는 사랑을 외면했던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면서도 딸에겐 사랑보다 현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남자를 만나 결혼해야만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딸은 아버지와 정반대 선택을 하나 행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타이거테일’은 사랑에 대한 영화이면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대만인의 이민사를 슬쩍 들여다보며 1950~70년대 미국과 대만 풍경을 복원하는 동시에 인생이란 무엇인지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출신 국가와는 무관한, 이민자들의 순탄치 않은 미국 정착기가 포개지기도 한다. 계획대로 살 수 없고 후회로 점철되기 마련인 인생에서 우리는 계속 살아내야 한다고, 그리고 그런 고단한 삶 곁엔 언제나 가족이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영화는 넌지시 말한다. 영화의 전개 속도는 안단테. 인물의 감정이 촘촘히 묘사되며 가랑비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적신다. 제목은 핀지이의 대만 고향 후웨이(虎尾ㆍ호랑이 꼬리)를 의미한다..

대만계 미국인 앨런 양이 연출했다. 그는 2016년 드라마 ‘마스터 오브 논’으로 제68회 에미상 우수 코미디 시리즈 부문 후보에 올랐고, 아시아계 최초로 우수 코미디 각본상을 받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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