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산불 국민협조가 절실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로 산악회가 버스를 대절해 집단적으로 산을 찾는 사례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나홀로 산행을 즐기는 분들이 늘고 있어요. 코로나19 방역과 마찬가지로 산불도 앞으로 열흘간이 고비입니다.”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장인 박종호(59) 산림청장은 일기예보에 무척 민감하다. 요즘처럼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강한 바람이라도 불면 작은 불씨가 금새 큰 불로 번지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대전 서구 산림청 집무실에서 만난 박 청장은 “요즘 일기예보에서 동해안쪽 강풍얘기만 나오면 자연스럽게 긴장된다”며 “초속 20m가 넘으면 헬기 진화도 쉽지 않아 마음을 졸일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산림청에는 ‘선거가 있는 짝수해 큰 불’이란 그리 달갑지 않은 징크스가 전해 내려온다. 실제 산림 2만3,794㏊가 탔던 강원 동해안 산불은 16대 총선이 있던 2000년에 일어났고, 15대 총선이 있었던 1996년에는 강원 고성산불이 발생했다. 민선 7기 지방선거가 치러졌던 2018년에도 삼척에서 117㏊ 피해를 입히는 산불이 발생했다.
감시와 진화기술의 발달로 징크스는 많이 약화된 상태지만, 1989년 기술고시로 산림청에 들어와 30년을 근무하며 주요 보직을 거쳐 최고위직까지 오른 박 청장에겐 경계의 마음을 다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 청장은 “코로나19 방역에 매달리는 와중에도 정부 각 부처와 지자체들의 협조로 지금까지는 잘 대처하고 있다”며 “하지만 담뱃불로 인한 실화나 농산촌 주택에서 발화해 산불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4일까지 전국에서 360건의 산불이 일어나 371㏊의 산림이 탔다. 지난해보다 발생건수와 피해면적은 줄었지만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하면 발생건수는 44%가 늘었다.
박 청장은 봄철 산불대책의 큰 고비는 향후 열흘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불은 철저한 감시와 조기 진화가 핵심이다. 그래서 앞으로 산불 예방과 진화에 4차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하는 ‘스마트 산불대응’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드론을 이용한 감시와 진화, 적외선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감시,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예방ㆍ진화대책 수립 등이다.
박 청장은 “요즘 농산촌은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산불 감시와 예방, 진화 등에서 인력 동원이 어려운 실정”이라며 “현실적으로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들면 산행 인구가 크게 증가할 것이란 지적에 그는 “산불 통제지역에 들어가지 말고 정해진 등산로를 이용토록 하고, 산행 시 라이터 등 화기물은 갖고 가지 말아달라”면서 “정성껏 가꾸어온 산림이 한순간의 실수로 잿더미로 날아가지 않도록 국민들의 협조가 절실히 요청된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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