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네이버 이용자마다 서로 다른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순위를 보게 된다. ‘여론 왜곡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그간의 비판을 뿌리 뽑기 위해 각자의 취향을 반영, 개인의 관심사가 높은 분야의 실검이 우선 노출된다.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본연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검색어 변화 추이를 보여주고 음악 검색 순위를 추가하는 등 실검 다양화 시도도 이어질 전망이다.
15일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서비스가 중단됐던 실검이 개편 작업을 거쳐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가 종료되는 이날 오후 6시 재개된다.
본래 포털사이트의 실검은 실시간 인기 관심사를 파악하고 재난, 속보 등 중요한 이슈를 신속하게 공유하기 위해 생긴 서비스다. 하지만 정치권 지지자들이 유리한 키워드를 일부러 실검에 노출시키거나, 특정 기업의 경품 행사 같은 상업적 정보가 포함돼 마케팅 도구로 쓰인다는 비판이 거셌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찬반 세력이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를 실검 1위에 올리려 대결했던 일이 실검의 신뢰성과 효용성이 훼손된 대표적 사례다.
네이버가 4ㆍ15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부터 실검을 잠정 중단했던 이유 역시 민감한 시기에 여론 형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정치적 이슈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실검 개편 과정에서 네이버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로 방향을 틀었다. 모두에게 같은 실검이 노출되면 여론 왜곡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새 실검에서는 사용자가 △이슈별 묶어보기 △이벤트ㆍ할인 △시사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등 5가지 범주에 대한 본인의 관심 정도를 설정해야 한다. 범주별 가중치가 반영돼, 관심 강도를 높게 설정한 범주의 실검이 본인이 보는 실검 순위 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에도 AI로 관심사를 반영하는 기능은 있었지만, 개인이 반영 여부를 결정하는 선택사항이었다. 이날부터는 관심사를 설정하지 않으면 실검 순위 자체를 볼 수 없다.
각자 원하는 정보만 걸러져 보인다면 편의성이나 유용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필터버블(본인 성향에 맞는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로 인해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같은 한계를 의식해 네이버는 최대한 다양한 키워드를 자유롭게 탐색할 수 있도록 특정 검색어 검색량 추이, 다른 검색어와의 상관관계 등을 알 수 있는 추가 조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음성검색 순위, 음악검색 순위 등 차트 다양성 강화도 검토 중이다.
네이버 측은 “급상승 검색어 차트판이 다른 이용자들의 다양한 관심과 사회현상 등을 보여줄 뿐 아니라 보다 가치 있는 데이터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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