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30여분 생중계 방송… 샌더스, 깜짝 조기 지지 선언
“우리는 의견이 달랐지만 친구로 지냈다. 당신의 우정에 감사한다.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자신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인간적인 연대감을 드러내며 이렇게 다짐했다. 샌더스 의원도 “11월 대선에서 바이든을 당선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샌더스 의원이 이날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를 공식 선언하는 모습은 2016년 경선 당시와는 180도 달라진 풍경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각자의 집에서 30여분간 생중계 화면으로 마주한 두 사람은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상대를 존중하며 미국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발산했다. 말미에 바이든 전 부통령이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샌더스 의원은 특유의 퉁명스런 표정으로 “체스 좀 두자”고 말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사실 샌더스 의원의 지지 선언은 민주당 내 진보진영을 당혹케 한 깜짝 이벤트였다. 그는 지난 8일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하면서도 남은 경선에서도 대의원을 계속 확보하겠다고 밝혀 자신의 정책과 영향력을 관철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절반의 하차’란 평가가 있었다. 이 때문에 샌더스 의원 측에선 이날 “너무 이른 지지 선언으로 바이든의 정책적 양보를 이끌어낼 지렛대를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샌더스 의원의 조기 지지 선언에 대해 현지 매체들은 “정치적 계산보다 두 사람의 우정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그간 경선 패자인 샌더스 의원 측을 최대한 예우했고 이에 샌더스 의원도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한 참모는 “옛날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친절과 경청과 관심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두 캠프는 최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경제ㆍ교육ㆍ이민ㆍ건강보험ㆍ기후변화 등에 대한 입장을 조율할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로 했다.
민주당으로선 이념ㆍ정책적 간극이 상당한 진보진영과 중도진영의 단합을 끌어내는 게 정권 탈환을 위한 최대 숙제다.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후보 측과 샌더스 의원 측의 극심했던 불화가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자성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의 이벤트를 “민주당 진보진영을 바이든 측으로 끌어오고 트럼프와의 대결에서 당을 단합시키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바이든ㆍ샌더스 간 ‘우정의 연대’가 2016년의 악몽을 극복하는 동력으로 떠올랐다고 본 것이다.
다만 바이든 전 부통령 입장에선 당의 단합을 이끌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정책적으로 좌클릭이 과할 경우 본선에서 무당파층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공화당은 이미 “바이든이 좌편향으로 빠지고 있다”고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반면 중원 확보에 몰두할 경우 “뒤통수를 맞았다”는 진보진영의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바이든ㆍ샌더스 간 연대가 두 진영의 ‘화학적 결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러 고비가 남아 있는 셈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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