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건수 적어 감염자 추측 불가… 브라질은 대통령 탄핵 움직임
인구대국 인도와 브라질에서 부족한 검사 건수에도 불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 두 나라 모두 내부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인도와 브라질의 상황이 악화할 경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14일 현재 인도와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 수는 각각 1만363명과 2만3,430명이다. 특히 두 나라 공히 최근 들어 폭증세다. 인도에선 지난달 중순 뉴델리 이슬람 종교집회 이후 감염이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누적 확진자가 1,000명을 넘은 지 보름만에 10배 이상 늘었다. 브라질은 첫 환자가 한국보다 한 달 이상 늦은 2월 26일에 나왔지만 누적 환자 수는 이미 지난 4일 한국을 추월했다.
양국은 빈민가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자 부랴부랴 추가 대응에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코로나19와 싸우는 상황에서 보호대를 제거할 수는 없다”며 지난달 25일부터 3주 시한으로 발동된 국가봉쇄령을 내달 3일까지 연장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주(州)도 전날까지였던 사회적 격리 조치 시한을 이달 말까지로 늘렸다.
문제는 이들 나라의 진단 능력이 부족해 자칫 코로나19 확산의 폭발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지금까지 인도의 검사 건수는 17만9,000여건인데 이는 인구 1,000명당 0.13명만 검사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인구 1,000명당 10명을 조사한 한국과는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로이터통신도 브라질에서의 검사가 중증환자 위주인 점을 들어 “실제 확진자 수는 공식 통계치의 최대 12배에 달할 것”이라는 현지 연구팀의 분석을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인도나 브라질 모두 내부 혼란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인도에선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무슬림 혐오와 의료진 폭행 등으로 번지고 있다. 게다가 국가봉쇄령으로 법 테두리 바깥의 ‘비공식 노동자’ 수억 명이 이미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보건장관이 대통령의 부실 대응을 공개 비판하는가 하면 정치권 안팎에서 대통령 탄핵 움직임까지 본격화하는 등 정부 기능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져든 상태다.
이 때문에 인도와 브라질의 상황이 코로나19 사태의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각각 인구 밀집지역이면서 보건ㆍ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남아시아와 남미의 중심 국가이기 때문이다. 중국에 이어 미국과 유럽 주요국에서도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이들 나라에서 ‘시한폭탄’이 터지면 시차를 두고 전 세계가 다시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