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의 제안…염태영 시장 “착한기부합시다”
시민사회단체, 공무원 등 기부물결 동참
“재난기본소득, 꼭 필요한 분에게 썼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4일 경기 수원시 홈페이지 ‘시장님 보세요’ 제안 코너에 올라온 글 내용 중 일부다.
경기도를 비롯해 31개 시·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차원에서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을 적절한 곳에 쓰자는 한 시민의 제안인 것이다.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A씨는 비공개 글을 통해 “논의가 한창인 재난기본소득을 준다는 뉴스를 보며 ‘10만원이 나에게 꼭 필요한 돈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평소 새벽 출근길에 무료급식소에 줄 서 있던 노인들이 코로나19 이후 보이지 않아 마음이 아팠는데 재난기본소득을 기부해 끼니를 거르는 어르신이나 아이들 등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이어 “기부는 강제할 일이 아니지만 주변 지인들에게 지정기부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더 많이 기부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장애인과 교통약자 등 더 급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빠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홈페이지 글을 본 염태영 수원시장은 A씨의 글을 마음속에 담아뒀다.
지난 2일 수원형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언론브리핑을 하던 염 시장은 A씨의 글을 의식한 듯 “형편이 그리 어렵지 않은 분들은 재난기본소득 지원금을 기부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며 “착한기부 운동을 전개해 보면 어떨까요”라고 ‘재난기본소득 기부’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수원의 한 시민이 올린 글과 시장이 제안한 ‘재난기본소득 착한기부’ 물결은 파급효과가 컸다
가장 먼저 수원시 44개 동 주민자치위원장들이 이번 기부 캠페인에 동참했다.
한창석 수원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회장은 “주민자치단체 중 선임 단체로서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침체된 경기가 살아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어렵지만 더 어려운 이웃의 고통을 나누고 이겨나가자”며 환히 웃었다. 한 회장도 자영업으로 코로나19로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재난기본소득 기부’에 솔선수범한 것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수원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수원시사회복지협의회, 수원시사회복지사협회 등 수원지역 사회복지계도 동참을 약속했다.
‘수원시민으로서 자랑스럽다’며 기부한 유인숙 평생학습을실천하는사람들(평실사) 회장을 비롯해 수원시청 복지여성국 소속 110명의 직원들도 동참했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등 다른 직군 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공무원들이 ‘재난기본소득 착한기부’에 앞장서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정부의 예산으로 지원할 수 없는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에 단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염 시장은 “안정적인 생활을 하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새로운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위기를 넘기 위한 절박한 호소에 함께 힘을 모아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재난기본소득 착한기부’는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신청서를 작성해 각 동 행정복지센터에 마련된 모금함에 넣으면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기부금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취약계층과 시민들에게 신속하게 배분될 예정이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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