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억7,000만명을 거느린 ‘인구 대국’ 인도네시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수가 세계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매일 300명 넘게 확진 환자가 발생한다고 공식 발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란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발병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검사 수가 코로나19 확산의 ‘시한폭탄’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스트레이츠타임스가 전염병점검기관 월드미터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검사자 수는 36명에 그쳤다. 5,000만 이상 인구를 가진 국가 중 4번째로 낮은 검사비율이다. 검사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는 에티오피아로 100만명당 16명이었고, 방글라데시 18명, 나이지리아 19명 순이었다. 반면 한국은 인구 100만명당 8,996명, 싱가포르는 6,666명, 말레이시아는 1,605명이라고 스트레이츠타임스는 전했다.
방글라데시는 1억6,000만을 거느린 인구 8위 국가, 나이지리아는 2억명이 있는 인구 7위 국가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 대국이다. 그런데도 코로나19 확진 환자 수는 전날 기준 방글라데시가 803명, 나이지리아가 343명, 인도네시아가 4,557명으로 우리나라(1만564명)보다 극히 적다. 검사 수가 적다 보니 확진 판정도 그만큼 적다는 추론. 실제로는 확진 환자가 훨씬 많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 수치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인구 규모에 맞춰서 검사를 하는 게 아니라 확진 환자의 동선을 파악해 그들이 방문한 곳이나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병원에 방문했을 때만 검사한다”고 해명했다. 정교한 타깃 검사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정확한 검사를 위해 확진 환자 공개를 최대한 신중하게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는 “신속 검사를 확대하고 있지만 이는 최종 확진 환자 숫자가 아니며, 4일 정도 시간이 걸리니 보다 정확한 유전자증폭(RT-PCR) 검사 결과가 나온 뒤 합산한다”고 설명했다. “신속 검사는 해당 바이러스를 조기에 차단하는 목적 정도로만 사용한다”는 부연이 따랐다. 항체검사를 하는 신속 진단이 RT-PCR 검사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조차 동남아 최대 경제권인 국가의 코로나19 검사 수가 아프리카 최빈국 에티오피아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사실에 실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보다 2배 이상 높다. 총 GDP 역시 인도네시아는 1조1,000억달러인 반면 에티오피아,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는 각각 810억달러, 2,500억달러, 3,750억달러에 불과하다.
현지에선 인도네시아의 열악한 코로나19 진단 능력과 부족한 진단 장비 실태를 꼬집고 있다. 중국에서 들여온 신속 진단장비의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한국으로부터 보다 정확한 진단장비를 들여오고 있다.
검사 수가 적다는 사실은 정부 발표의 신뢰성에도 흠집을 내고 있다. 현재 확진 환자 수는 인도네시아 국가정보원(BIN)이 이달 말 기준으로 예측한 2만7,000명의 6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방정부가 개별 집계한 숫자와 정부 발표가 다르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자카르타 지역의 3월 장례 건수가 지난해 월 평균의 두 배라는 사실도 정부 발표에 대한 반박 근거로 쓰이고 있다. 중앙정부의 정보 투명성을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것도 코로나19 관련 정부에 대한 신뢰 훼손과 정보의 불확실성 탓이 크다”라며 “정보 투명성을 높이고 더 많은 검진을 시행해 환율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전날 화상회의를 통해 RT-PCR 검사를 더 늘리라고 지시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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