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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검증과 차별에 대한 단상

입력
2020.04.15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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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평창동 거리에 게시된 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선거벽보. 배우한 기자
서울 종로구 평창동 거리에 게시된 제21대 국회의원 후보자 선거벽보. 배우한 기자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날이다. 이번에는 유난히 정당 수도 많고 후보자도 많으니 고르기가 만만치 않다. 물론 소속 정당도 중요하지만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 등 됨됨이가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편으로 배달되어 온 두툼한 선거공보물을 보면 저마다 자신이 나라와 지역구를 위해 봉사할 최적의 인물임을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찬물을 끼얹는 항목이 하나 들어가 있다. 바로 전과 기록이다. 물론 국가보안법위반과 같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얻은 전과도 있지만 음주운전, 사기, 성범죄 등 후보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그런 전과도 꽤 많이 눈에 띈다. 21대 총선에 후보자로 등록한 1,118명 중 37.5%에 해당하는 419명이 전과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는 살인이나 강간 혐의로 처벌받은 후보자, 전과 10범인 후보자도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선거법상 이러한 전과 기록을 반드시 밝혀야 하고 숨기면 선거법 위반이 된다는 사실이다. 물론 소명 내용도 함께 기재할 수 있다.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사실을 밝히도록 하고 소명 기회를 주는 이러한 검증 절차는 공직자 선출이나 임명 과정에 반드시 필요하다. 후보자가 얼마나 훌륭한 말과 약속을 하는가보다는 후보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보여 주는 객관적 자료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6개 로스쿨에게 신입생 모집 시 지원자들에게 범죄 사실을 기재하도록 하는 항목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로스쿨이 형사처벌 받은 사항을 기재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실효된 전과 및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교육시설에서의 교육ㆍ훈련이나 그 이용과 관련해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으로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해당 로스쿨들은 변호사시험법에서 일정한 범죄 경력을 응시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이를 확인하는 동시에 변호사로서의 공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며, ‘형사처벌’ 기재 사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합격 처리하지는 않는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인권위는 자기 소개서 등에 범죄 사실을 기재하도록 하면 위 기재 내용이 지원자의 서류 심사 및 면접 과정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로스쿨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우리나라 로스쿨들이 모델로 삼은 미국 로스쿨은 ‘character & fitness review’ 라고 해서 우리 로스쿨보다 더 엄격한 도덕성 및 적격성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로스쿨 지원자들은 자신들이 정직한 사람이며 변호사로서의 의무와 책임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적격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 이 검증 절차에서 묻는 항목에는 전과 기록은 물론 기소된 사실이나 학창시절 징계 사실 등 우리나라의 경우보다 더 광범위한 사항들이 포함된다. 물론 어떤 사연으로 인해 과거에 형사처벌을 받았을 수는 있지만 로스쿨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법조인의 길을 걸을 자격이 있다는 점을 소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률상 차별은 ‘성별, 나이, 장애, 인종’ 등 선천적인 사유뿐만 아니라 ‘전과, 학력’ 등 후천적인 사유까지 폭넓게 인정되며, 명시적 차별뿐 아니라 ‘우대, 배제, 구별 또는 불리한 대우’까지 포함한다. 이토록 차별의 개념이 포괄적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해석이 전향적인 상황에서 차별 금지의 수범자를 민간에까지 확대하는 ‘차별금지법’까지 제정된다면 꼭 필요한 검증(檢證)조차 힘들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차별은 시정되어야 하지만 차별 시정이라는 이유로 공적 역할을 수행하려는 자들의 적격성을 검증하려는 노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균형을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주영 변호사ㆍ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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