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처음 투표하는 김해온씨… 고교 졸업 후 사이버 또래 상담원
“중고교생 정책 토론 열기 뜨거워, 교육감 선거서도 목소리 냈으면”
“당사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세상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습니다. 어른들 책상 위에서 나온 청소년 정책이 정말 청소년을 위한 정책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4ㆍ15 총선에서 생애 첫 투표권 행사를 앞두고 있는 김해온(20)씨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작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대학 진학 대신 십대여성인권센터에서 사이버또래상담원으로 일하고 있는 ‘비대학 청년’이다.
투표를 이틀 앞둔 13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씨는 “청년들에게 투표권이 없을 때에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지만, 선거권을 가진 친구들이 각 후보자들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며 “교육감 선거에서는 더 학생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정말 청년이 필요로 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후보자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투표하는 게 귀찮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작은 행동 하나가 우리 사회에는 나비효과로 찾아온다”며 교복 유권자들에게 “투표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배워가는 것만큼 큰 공부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2년간 서울 송파구 아동청소년참여위원회에 참여한 김씨가 대학 진학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일에 매달리는 것은 “정책 결정에 있어 청소년들의 참여를 늘리고, 청소년 시각으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 아동청소년참여위는 송파구 내 정책제안 기구로, 지난 2013년부터 매년 100여명의 청소년이 활동하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이 내놓는 정책이라고 우습게 봤단 큰 코 다칠 수 있다. “‘교복 입지 않게 해주세요’ 수준이겠지 하시겠죠. 각 분과에서 얼마나 활발하게 정책을 내놓고 토론하는지 보면 아마 놀라실걸요?” 실제로 주민참여예산제 등을 통해 간접흡연으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흡연부스 설치 등을 관철시키기도 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 두 시간씩 이어지는 회의장엔 열기가 넘친다는 게 김씨의 설명. 교칙 제ㆍ개정 시 학생 투표를 반드시 실시하고, 안전교육을 교외에서도 할 수 있게 가상현실(VR)을 이용하자는 등 청소년 눈높이 정책이 숱하다. 이런 정책 제안 경험을 쌓은 청소년들은 당사자 참여의 중요성을 온 몸으로 깨치게 된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아동청소년참여위 활동을 마무리 지은 김씨는 작년 12월 출범한 송파구 주민자치위원회에도 합류, 활발한 활동을 벌이다가 최근 ‘독립’을 위해 타 자치구로 주소를 옮긴 뒤 더 큰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위기의 아동청소년을 안아주고 치유해주는 김해온으로 살고 싶어요. 그 꿈을 위해 여기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거예요. 4년간 대학에서 쓸 돈과 시간을 내가 나로서 살아갈 수 있게 지금 이곳에서 쓸 생각입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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