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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메르스 백신 후보물질, 코로나19 영장류 실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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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메르스 백신 후보물질, 코로나19 영장류 실험한다

입력
2020.04.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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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에도 효과 확인”…단백질·유전자 모두 사용하는 신개념 플랫폼 

금교창(오른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의약연구단장이 코로나19 백신의 구성 성분에 대해 연구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IST 제공
금교창(오른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의약연구단장이 코로나19 백신의 구성 성분에 대해 연구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IST 제공

국내 연구진이 개발해온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백신 후보물질이 동물실험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정부가 상용화 지원에 나섰다. 이르면 내년 중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 가능할 거라고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뇌의약연구단과 가톨릭대 공동 연구진이 기존에 연구해온 메르스 백신 기술을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활용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연구진은 이 백신 후보물질을 실험실 세포와 실험용 쥐에 투여해 코로나19 예방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진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내달 중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함께 영장류에 접종시켜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영장류 실험에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교창 KIST 뇌의약연구단장은 “영장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임상시험 허가를 신청할 것”이라며 “임상시험은 1~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등 가능한 방법을 최대한 동원해 속도를 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이 개발 중인 백신 후보물질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침투할 때 사용하는 표면 단백질(스파이크 단백질)이 주성분이다. 이를 몸 속에 주입하면 면역세포들이 진짜 바이러스인 줄 착각하고 대응 태세를 갖추게 된다. 이처럼 바이러스의 일부분을 사용해 만드는 백신을 ‘서브유닛(합성항원) 백신’이라고 부른다.

연구진에 따르면 단백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서브유닛 백신은 면역세포 활동을 유도하는 능력이 다소 약하기 때문에 대개 면역을 증강시키는 화학성분을 함께 넣는다. 연구진은 화학성분 대신 귀뚜라미에게 마비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서 추출한 유전자(RNA)를 면역증강제로 사용했다. 남재환 가톨릭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30가지 바이러스를 시험해 인간에게 가장 효과가 좋은 RNA를 찾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체물질인 RNA는 화학성분보다 안전성이 높지만, 몸 속에 들어가 금방 파괴되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RNA에 아연 금속을 붙여 이를 해결했다. “아연이 양전하를 띠기 때문에 음전하를 띠는 RNA에 잘 달라붙어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해줄 수 있다”고 남 교수는 말했다. 이렇게 확보한 RNA 면역증강제와 메르스 스파이크 단백질로 구성된 백신 후보물질을 쥐와 원숭이에게 투여한 결과 한 번 접종으로도 충분한 면역 효과를 보였다.

남재환(왼쪽) 가톨릭대 교수와 연구진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제공
남재환(왼쪽) 가톨릭대 교수와 연구진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제공

메르스 바이러스는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에 속한다. 때문에 이 후보물질을 코로나19 백신으로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판단이다. 금 단장은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RNA를 면역증강제로 사용한 첫 백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코로나19 백신은 ‘유전자(DNA, RNA) 백신’으로 꼽힌다. 이노비오, 모데르나 등 미국 기업이 이미 사람 임상시험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만들어내는 특징적인 단백질을 생산하도록 변형한 유전자를 몸 속에 투여해 면역력을 키우는 원리인 유전자 백신은 그러나 다른 질병에서도 실제 제품으로 생산된 적이 없다. 유전자 백신을 대량 생산하는 설비도 부족하다. 남 교수는 “서브유닛 백신을 기반으로 RNA 면역증강제를 첨가한 이번 플랫폼이 유전자 백신보다 국내 상황에 더 적합하고 안전성도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안게반테 케미’ 최신호에 소개됐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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