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한 의료진이 40명에 달했다. 인도네시아 전체 사망자의 거의 11%다. 방호복이 없어 비닐 비옷을 입고 최전방에서 환자를 돌보는 열악한 의료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13일 현지 매체 등을 종합하면 전날 기준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의사는 28명이었다. 코로나19와 관련돼 숨진 간호사는 간호사협회 조사 결과 12명(확진 6명, 의심 6명)이었다. 둘을 합하면 같은 날 전체 사망자(373명)의 10.7%에 달하는 비율이다.
현재 인도네시아 내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가장 많은 자카르타(확진 2,044명, 사망 195명)로 좁혀보면 의료진 감염자는 174명, 의사 사망은 13명이다. 간호사 사망 숫자는 통계에 잡히지 않았다. 2015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0.27명으로 세계 평균(1.5명)에 미치지 못해, 단 한 명의 의료진이 소중한 의료 현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현지 의사협회는 “우리는 자살 임무가 아니라 전염병과 전쟁을 하고 있다, 개인 보호장비를 달라”고 요구하지만 상황은 쉽사리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개인 보호장비가 없어 방호복 대신 비닐 비옷을 입거나, 개인이 직접 집에서 만든 보호장비를 갖추고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용 마스크는 가격이 폭등한데다 그마저 구할 수 없다. 게다가 현지 의료진들은 환자들이 몰리면서 초과 근무 등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 시달리고 있다. 화장실 갈 틈도, 끼니를 때울 시간도 부족하다. 코로나19 환자들의 생명을 지켜야 할 최전방 전사들이 제 몸 돌보기도 벅찬 셈이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의료진을 국민 영웅이라 칭하며 특별 수당 지급까지 약속했다. 그러나 전염병 공포는 이들의 사후 안식마저 위협하고 있다. 실제 중부자바주(州) 스마랑에선 코로라19로 숨진 38세 간호사를 아버지 옆에 매장하려 하자 일부 주민이 반대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동자 3명은 경찰에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 매장 방해 시도가 잇따르자 자카르타 경찰은 ‘바이러스 장례식 보호’ 임무를 부여한 특별 전담반까지 꾸렸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한국 기업들의 잇단 방호복 기부 소식이다. 방호복 1만벌을 기부하기로 약속한 한국중부발전(KOMIPO)은 15일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에서 전달식을 갖는다. 자카르타 남쪽 보고르에 위치한 한인 봉제업체 ㈜GA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방호복 생산 및 유통에 나섰다. 코트라 자카르타 무역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다른 기업들도 방호복 기부 관련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가뭄에 단비처럼’ 한국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의료진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날 기준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전날보다 316명 늘어난 4,557명, 사망자는 26명 증가한 399명이다. 이날까지 2만7,000여건이 검사된 걸 감안하면 검사 대비 확진 비율은 약 17%다. 인도네시아 34개 모든 주에서 환자가 나왔다. 회복된 사람은 21명 추가돼 380명을 기록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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