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번 대선 캐스팅 보터 역할… 운동권세대지만 與 성향 장담 못해
4ㆍ15 총선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50대의 표심이다. 50대는 전체 유권자의 20%에 육박하는 최대 집단이다.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50대는 ‘캐스팅 보터’로 부상했다. 진보 성향의 20~40대, 보수 성향의 60대 이상 유권자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는 50대가 손을 들어주는 쪽이 선거에 승리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지난 두 차례 대선의 승부처는 모두 50대였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가 대선 직후 발표한 ‘유권자 의식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 대선 당시 50대의 62.7%는 박근혜 후보를 찍었다. 문재인 후보 득표율은 37.3%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실시된 2017년 대선에서 50대의 46.5%는 문 후보에 표를 몰아줬다. 홍준표 후보는 27.2%에 그쳤다. 두 차례의 대선에서 20~40대는 잇달아 문 후보에, 60대 이상 유권자는 박근혜ㆍ홍준표 후보에 각각 결집했다. ‘세대 전쟁’이 벌어진 가운데 50대가 결과적으로 승패를 가른 것이다.
이번 총선 또한 구도가 유사하다. ‘2040 진보 대 60대 이상 보수’ 구도에서 20대가 일부 이탈했을 뿐, 세대별로 지지 정당이 갈리는 세대 균열 현상은 여전하다. 3040세대와 60대 이상은 ‘콘크리트 지지 성향’을 유지하고 있다. 본보가 13일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이달까지 35개월 간 한국갤럽의 월별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3040세대의 민주당 지지율은 4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60대 사이에선 2018년 12월부터 줄곧 통합당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높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동안 3040세대와 함께 진보로 묶였던 50대는 ‘확실한 여권 성향’으로 분류하기 어렵게 됐다. 정권 초기 75%에 달했던 50대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37%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정국을 거치며 문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53%)가 부정 평가(41%ㆍ한국갤럽 이달 7, 8일 조사)를 앞질렀지만, 격차는 12%포인트에 불과하다. 3040세대에선 이 격차가 40%포인트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렇다고 50대가 보수로 쏠리지 않는 것은 이른바 운동권 세대인 386 세대가 50대로 편입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부모도 부양하고 자녀 뒷바라지도 해야 하는 50대는 이념보다 경제ㆍ민생 등 현실 이슈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유권자가 가장 많은 50대 부동층이 민주당의 ‘코로나19 국난 극복’과 통합당의 ‘경제 실정론’ 중 어디에 기우느냐에 따라 여야 승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계한 연령별 유권자 수는 50대가 865만명(19.7%)으로 가장 많고, 40대 836만명(19.0%) 30대 699만명(15.9%) 20대 680만명(15.5%) 60대 644만명(14.6%) 등의 순이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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