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등 “5,6월 감산 합의”
“감산 규모 충분치 않다” 지적
초저유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감산 협상에 나섰던 산유국들이 우여곡절 끝에 하루 970만배럴씩 생산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감산 규모 중 역대 최고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수요 감소분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다. 각국의 이해관계를 조정해 추가 감산을 끌어내는 것이 국제유가 안정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12일(현지시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인 ‘OPEC+’ 23개국이 5,6월 두 달간 일일 970만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지난 9일 하루 1,000만배럴 감산에 잠정 합의했던 OPEC+는 40만배럴 감산을 요구 받은 멕시코가 10만배럴만 줄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최종 합의에 난항을 겪었다. 이날 합의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멕시코의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성명을 통해 “주요국 지도자들이 원유시장과 세계 경제의 안정을 위한 산유량 감축 합의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비회원국이면서 유가 폭락에 전전긍긍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윗글에서 “미국 에너지분야 일자리 수십만개를 구할 것”이라고 환영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어설픈 봉합’이란 비판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하루 수요 감소량(3,000만배럴)에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역사적이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영국 BBC방송은 일부 회원국의 경우 수요 감소에 따른 재정 타격 때문에 되레 증산 유혹이 클 수 있음을 들어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종 합의 직후인 13일 브렌트유 6월물 가격이 장 초반 8%까지 올랐지만 이후 상승분을 반납하는 등 시장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향후 국제유가의 향방은 OPEC+ 외 다른 산유국의 움직임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는 “미국 캐나다 브라질 등이 400만~500만배럴을 추가 감산하고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두 달 간 하루 300만배럴 규모의 전략 비축유 구매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시장의 요구치인 하루 2,000만배럴 감산을 맞출 수는 있지만 현재로선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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