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만든 ‘혐오의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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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만든 ‘혐오의 팬데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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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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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서 “아프리카인들 격리 탈출” 인도선 “무슬림 코로나 지하드” 

 근거 없는 차별과 혐오 낙인 찍기… “감염 공포가 되레 방역을 방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12일 방호복으로 무장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우한=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혐오와 반감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바이러스는 상대를 가리지 않지만 불안이 고조되면서 인종과 종교에 따른 차별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양상이다. 이른바 ‘혐오의 팬데믹(pandemicㆍ세계적 대유행)’이다.

중국에서는 아프리카인, 인도에서는 무슬림이 냉대를 받고 있다. 중국 광저우에선 8일 아프리카 출신 10명이 무더기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아프리카인 1,000명이 격리시설을 탈출했다”거나 “광저우에 흑인 30만명이 살고 있다”는 등 ‘가짜 뉴스’가 꼬리를 물었다. 실제 거주자는 4,500명에 불과하고 탈출 사례도 전혀 없었다.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고 호텔에 묵지도 못하는 일이 빈발했다”고 전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13일 “아프리카는 우리의 소중한 친구”라며 진화에 나섰다. 아프리카 각국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해외 유입 감염이 연일 100건을 넘나드는 만큼 상황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일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인도에선 무슬림이 ‘인간 폭탄’ 또는 ‘코로나 지하드’로 낙인 찍히고 있다. 지난달 중순 이슬람 집회 이후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누적 환자가 9,000명을 넘어서자 무차별 핍박이 가해지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감염병이 번지면 비난의 대상을 찾기 마련”이라며 “힌두교가 지배하는 인도에서 13억 인구 중 무슬림 2억명보다 더 악마적인 집단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선 지난달 19일 아시아인 혐오ㆍ차별 고발사이트(AAPI Hate)가 개설되자 2주만에 1,200여건의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사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부터 중국의 방역을 치켜세우던 초반과 달리 미국 내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공개석상에서 ‘중국 바이러스’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고 썼다.

친 탄 호주 인권위원회 인종차별위원장은 ABC방송에 “코로나19는 인종이나 국적과 무관하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와 좌절이 차별을 정당화한다”고 분석했다. ‘전염병→혐오ㆍ공포→차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미 시사주간 뉴요커는 “사람들이 서로를 믿지 않을 때 편견은 극도로 고조된다”며 “선동적 언어가 두려움 확산을 부추기고 증오를 싹트게 한다”고 지적했다.

혐오와 차별은 질병 통제에도 최대 걸림돌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918년 스페인 독감 유행 당시 미국에서 흑인들은 바이러스 전파자로 몰려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지역사회 감염이 악화됐다”고 꼬집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과도한 공포는 적절한 통제를 포기하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감염병과 혐오의 악순환은 심리적 측면에서도 탈피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채리사 치아 미 메릴랜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WP에 “일상 용어로 특정 인종이나 집단을 질병과 연관시키고 거기에 역사적 선입견을 반영하면 연결고리를 끊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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