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지난달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수출이 이달 들어 20% 가까이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전세계 교역과 소비가 얼어붙은 데 더해, 저유가 추세까지 지속되면서다.
13일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10일 수출액(122억달러)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6%(28억달러)나 감소했다. 조업일수가 전년과 같아 일평균 수출액도 같은 비율로 줄었다. 중국 내 자동차 부품 공장이 가동을 멈췄던 지난 2월 11.9%나 쪼그라들었던 일평균 수출액은 3월(-6.4%) 감소폭이 작아졌지만, 이달 다시 급감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코로나19로 전세계 소비가 위축되면서 지난달 선방했던 주요품목의 수출이 대부분 감소세로 돌아섰다. 최근 공장 휴무 결정까지 내려진 자동차의 경우, 지난달에는 수출이 3.0% 늘었지만 이달 초에는 승용차만 7.1% 줄었다. 자동차 부품 역시 0.6% 증가에서 31.8% 감소로 전환됐으며, 지난달 13.3% 늘었던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이달 들어 23.1%나 급감했다.
전체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5% 줄었다. 올해 2월 9.4% 늘어나며 회복 조짐을 보였지만, 3월(-2.7%)부터 다시 감소세가 이어진 것이다. 코로나19로 ‘재택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늘고 단가도 오르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컴퓨터 출하가 급감해 메모리 수요가 둔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석유제품 수출도 전년 대비 47.7% 줄면서 전체 수출액 급감에 영향을 미쳤다. 전날 석유수출기구(OPEC)와 비회원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가 원유감산 합의에 이르렀지만, 최근 유가가 급락하며 수출 단가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세계 석유 수요가 줄어든 점도 석유제품 수출 급감으로 이어졌다.
지역별로는 중국(-10.2%), 미국(-3.4%), 유럽연합(EUㆍ-20.1%), 베트남(-25.1%), 일본(-7.0%), 중남미(-51.2%), 중동(-1.2%) 등 대부분 지역에 대한 수출이 일제히 줄었다. 대중국 수출이 5.8% 감소한 대신 미국(+17.3%), EU(+10.0%), 일본(+13.9%)에 대한 수출은 오히려 늘었던 3월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 것이다.
수입 역시 전년 대비 13.0% 줄어든 146억달러로 집계돼 코로나19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품목별로는 원유(-18.0%), 반도체(-5.4%), 기계류(-11.9%), 석탄(-40.7%) 수입이 쪼그라들었으며, 지역별로는 미국(-22.4%), EU(-20.9%), 일본(-15.2%) 등에서 감소폭이 컸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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