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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에 단비가 되는 “지역 의무 공동도급 제도” 도입

입력
2020.04.14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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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블랙독' 한 장면. tvN 제공
tvN 드라마 '블랙독' 한 장면. tvN 제공

정부는 최근에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사업 중 국가가 발주하는 22개 사회간접자본 투자사업(19조6,000억원 규모)에 대해 지역 소재 건설업체의 참여를 위해 ‘지역 의무 공동도급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해당 사업에 참여하려는 대형 건설업체는 반드시 공사 현장이 소재하는 지역 건설업체와 공동 수급을 해야만 입찰 참가를 허용하는 제도다.

이에 대해 공공계약의 가장 큰 원칙은 경쟁인데 이에 배치된다는 비판이 있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좀 더 싼 가격을 제시한 계약 상대자를 고르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이 제도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경제원리에만 맡기게 되면 자금과 기술력이 충분한 수도권 대형업체가 수주를 독점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가 균형발전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서 지역업체가 참여토록 의무화하여 동 사업의 취지가 공사 현장에서도 구현되게 하려고 했다.

얼마 전에 종영한 ‘블랙독’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주요 내용은 정규직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임시직 교사의 이야기였는데, 필자의 눈을 특히 끌었던 대목이 있었다.

주인공이 근무하는 학교는 인근 학교에 비해 명문대 진학률이 현저히 낮아 학부모들의 관심이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 학교가 세운 대책은 명문대 진학이 가능한 우수한 학생들을 따로 모아 ‘이카루스’라는 동아리를 만들고, 학교 차원에서 집중지원을 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그 학교는 몇 년 만에 최고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을 배출했지만 ‘이카루스’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들의 반발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교사들 간의 팽팽한 논쟁 끝에 ‘이카루스’는 폐지되고, 다소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이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정부가 정책을 수립할 때도 드라마에서와 같이 선택의 기로에 설 때가 많다. 드라마의 ‘이카루스’처럼 대표 선수를 키워서 그로 인한 빠른 성과를 얻어야 할지, 아니면 시간은 걸리지만 많은 선수들을 참여시켜 균형 있는 결과를 볼 것인지 등 선택을 해야 한다.

계약제도 개편 등 국가계약정책을 수립할 때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에서처럼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할 것인지 고민을 하게 된다. 하나는 최소 비용으로 좋은 품질의 시설물을 획득하는 시장경제원리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협력 강화ㆍ지역경기 활성화ㆍ기업의 사회적 책임 추구 등 함께 살아가야 할지 등 선택이 필요하다.

여전히 기업과 일자리는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역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수도권과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의 ‘지역 의무 공동도급제도’ 도입은 지역 균형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건설업체와 지역의 소규모 건설업체가 협업을 통한 기술 이전 등의 효과로 상생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약 10만개의 지역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고용 창출이라는 직접적 효과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서민경제 활성화 등의 파급효과로 코로나19로 인해 더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경제 회복에 단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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