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법 “회사 내부 도로에 사장 욕설한 낙서, 재물손괴 해당 안돼 무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법 “회사 내부 도로에 사장 욕설한 낙서, 재물손괴 해당 안돼 무죄”

입력
2020.04.13 14:47
수정
2020.04.13 19:05
11면
0 0

외벽 낙서 재물손괴로 봐 온 대법, 도로 낙서엔 ‘무죄’

대법 “도로의 기능은 통행… 미관은 중요하지 않다”

회사의 부당노동 행위에 반발하며 회사 내부 도로에 회사 대표를 비방하는 내용의 낙서를 했더라도 재물손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특수손괴 및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성기업 소속 노동자 A씨 등 25명의 상고심에서 특수손괴 혐의를 무죄로 보고 사건을 되돌려 보냈다.

유성기업은 2011년 단체교섭 결렬로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경비 용역을 동원하고, 회삿돈으로 노조파괴 컨설팅을 진행해 물의를 일으켰던 회사다. 회사 측과 대립하던 A씨 등은 2014년 10월 유성기업 아산공장 내 도로에 페인트와 스프레이 등을 이용해 대표에 대한 욕설과 비방 낙서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성실교섭 이행하라” 등 욕설이 아닌 문구를 적은 근로자들에게도 특수손괴 혐의를 적용했다. 재물손괴죄는 재물을 본래의 사용 목적에 제공할 수 없는 상태로 훼손하면 성립한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페인트 등으로 건물 외벽에 낙서한 행위에 대해서도 외벽의 기능 중 하나인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유죄 선고를 내려왔다.

1ㆍ2심은 도로의 미관을 해친 것 또한 재물손괴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2심은 “이 도로는 회사 임원과 근로자는 물론 거래처 관계자 등이 주로 이용하는 도로”라며 “쾌적한 근로환경을 유지하고 회사에 대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미적인 효용을 갖추는 것도 중요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과속방지턱 표시 부분에도 낙서를 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차량운전자 등의 주의를 분산시켜 통행과 안전에 지장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도로에 한 낙서는 재물손괴로 볼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도로의 주된 용도와 기능은 사람과 자동차 등이 통행하는 데 있고, 미관은 그다지 중요한 작용을 하지 않는다”며 “문구들 때문에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자동차 등이 통행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도로는 아스팔트 접착용 도료를 덧칠하는 등 방법으로 원상회복됐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과 큰 비용이 들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