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성착취물을 제작ㆍ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 조주빈(24ㆍ구속)에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할 지를 두고, 검찰이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검찰은 채팅방 회원들이 ‘시민의회’라는 이름의 집합체를 갖추고 회원들에게 계급도 부여하면서 일부 범죄에선 집단적 의사결정도 내린 것으로 파악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 태스크포스(TFㆍ팀장 유현정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는 구속기한이 만료되는 13일 조씨를 재판에 넘길 예정이다. 조씨는 지난달 25일 아동ㆍ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ㆍ배포) 등 12개 혐의로 구속송치된 뒤 공범들과의 공모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받아왔다.
검찰은 조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따’, ‘이기야’, ‘사마귀’라는 닉네임을 쓰는 3명의 공범들이 채팅방 회원들을 모집ㆍ관리하고 범죄 수익금을 조씨에게 전달하는 등 채팅방 운영에 가담한 사실을 파악했다.
또 이른바 ‘시민의회’라는 별도 채팅방을 만들고, ‘시민’ 계급을 받은 참가자들의 요구에 따라 성폭행 범행도 공모한 것도 밝혀냈다. 채팅방 참여가 활발한 계급인 ‘시민’은 오프라인 성범죄를 기획하는데도 적극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단체조직죄는 각종 범죄를 저지를 공통된 목적 아래 통솔체제를 갖춘 조직으로 활동한 단체에 적용된다. 검찰 관계자는 “박사방 회원들의 등급과 관리 방식을 종합적으로 조사했고, 조씨에 대한 범죄단체조직죄 적용이나 다른 회원들의 범죄 성립 유무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씨가 아동ㆍ청소년보호법상 강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모(27)씨의 공범 또는 교사범으로 처벌받을 지도 주목된다. 한씨는 박사방에서 진행된 성폭행 공모에 자원해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이를 촬영한 영상을 공유한 혐의를 받는다. 조씨 측은 그간 직접적으로 성폭행에는 가담한 적이 없고 성관계 역시 대가 지급을 약속한 성매매에 불과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한국여성변호사회 장윤미 공보이사는 “피의자가 요구한 성행위를 피해자가 성매매로 인식했는지 여부에 따라 유무죄가 갈릴 것”이라면서 “강간의 교사범이라면 직접 강간을 실행한 정범과 동일하게 처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