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맞이한 부활절 풍경은 과거와 사뭇 달랐다. 전국의 상당수 성당과 교회에서 현장 미사 또는 예배를 자제하고 온라인이나 드라이브 인 예배 등으로 대체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성남시의 분당소망교회는 신도들이 미리 보낸 사진을 좌석에 부착한 채 부활절 축하 예배를 진행했다. 교회 안에는 목사와 성가대원 등 진행 요원 몇몇만 거리를 두고 앉았고 대부분의 좌석은 신도들의 사진이 채웠다. 이 교회 김정아 전도사는 사진 예배에 대해 “5일부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100여 명뿐이었지만 일주일 사이 400여분 정도로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성도들을 못 만나 아쉬웠는데 이렇게라도 보니 정말 반갑다. 하루빨리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온누리 교회는 이날 인근 대형 주차장을 빌려 성도들을 만났다. 신도들이 차에 탄 채 예배에 참여하는 일명 ‘드라이브 인 워십’ 방식으로 이날 총 5번의 예배가 진행됐다. 신도들은 차량 내에서 라디오를 통해 설교를 들었고, 예배 도중 신도들이 창 밖으로 손을 내밀며 기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시간 남짓 걸린 예배가 끝나자 200여 대의 차량이 줄지어 주차장을 빠져나갔고, 곧바로 다음 예배에 참석할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천주교 대구대교구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이날 계산성당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를 일반 신자 없이 유튜브로만 생중계했다. 70개 기독교 교단이 주최한 2020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 역시 필수 참석자만 참석한 채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열렸다. 예배 장면은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
한편, 부활절이 기독교 최대 축일인 만큼 현장 예배를 강행한 교회도 상당수 있었다. 교회 출입구에 소독제를 설치하고 열화상 카메라로 신도들의 체온을 측정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예배당 내에서 신도간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미 방역수칙을 어겨 서울시로부터 집회금지 명령을 받은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역시 이날 또다시 현장 예배를 강행하면서 계도에 나선 서울시 및 구청 직원들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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