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혼황후 드라마 가상 캐스팅 해봅니다.”
“주인공은 무조건 수애 아닌가요.”
최근 완결된 인기 웹소설 ‘재혼황후’의 드라마화 소식이 알려지자 온라인이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원작 속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에 대한 가상 캐스팅은 물론, 배경이 되는 중세 서양 복식의 재현 문제 등을 두고 온갖 훈수들이 나돌기 시작한 것.
2018년 11월 연재를 시작한 ‘재혼황후’는 노예와 사랑에 빠진 황제가 이혼을 요구하자 황후 역시 옆 나라 황제와 재혼을 선언한다는 이야기를 다룬다. 네이버 웹소설에서 58주간 로맨스 판타지 장르 1위를 차지했다. 누적 다운로드 7,000만회, 누적 매출만 39억에 달하는 인기를 누렸다.
이런 인기를 등에 업고 웹툰화가 진행됐고, 최근에는 스튜디오N 제작으로드라마화까지 확정됐다. 네이버가 웹툰ㆍ웹소설 플랫폼 ‘시리즈’를 홍보하기 위한 TV광고를 제작하면서 배우 수애를 내세운 ‘재혼황후’를 선보이면서 더 큰 인기를 얻었다.
‘재혼 황후’ 사례에서 보듯 최근 웹소설 쪽에선 ‘로맨스 판타지’ 장르가 인기다. 이전에는 로맨스 카테고리 아래 있는 자그마한 분야였다면 2015년 즈음부터는 각종 웹소설 연재 플랫폼들이 ‘로맨스 판타지’ 분야를 별도로 만들면서 단독 장르 대접을 하기 시작했다. 판타지적 세계관을 배경으로 단순한 사랑 이야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기존 로맨스 장르는 가부장적 클리셰를 적극 활용한다. 여자 주인공이 능력 있는 남자 주인공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신데렐라’ 서사가 깔려 있다.
그러나 로맨스 판타지는 판타지라는 장르적 특성을 활용, 기존 로맨스 서사에 드문 성역할의 재해석을 감행한다. ‘재혼황후’ 역시 황후가 황제의 외도에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 복수를 통해 권력을 잡는다는 설정이다. 기존 로맨스 장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관습 타파가 인기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로맨스 작가 겸 로맨스 소설 연구자인 손진원씨는 “기존 로맨스 속 성역할 클리셰에 만족하지 못하는 오늘날 여성독자들이, 성별을 뒤바꿔 상상해보는 일종의 ‘놀이’에서 시작된 게 바로 ‘로맨스 판타지’”라며 “판타지 세계관에서는 현실과 달리 여성이 얼마든지 강력한 무기나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기존 로맨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일종의 ‘권력의 전복’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맨스 판타지에서는 ‘악녀’나 ‘걸크러시’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기존 로맨스에서는 드문 일”이라고 덧붙였다.
로맨스 판타지의 힘은 최근 이 장르가 웹소설의 인기를 견인한다는 점에서도 또렷이 드러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7년 주요 웹소설 플랫폼 15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로맨스 판타지’는 신생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판타지’ ‘로맨스’ ‘무협’ 등에 이어 인기 장르 5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로맨스 판타지의 특징은 ‘원 소스 멀티 유즈’(1차 콘텐츠를 다양한 매체로 확장)가 대세가 된 오늘날 콘텐츠 시장을 염두에 둘 때 특히 성장 가능성이 높다.
사랑만큼이나 여성 인물의 성장과 모험을 주요하게 다루고, 여성의 다양한 욕망을 긍정하는 로맨스 판타지의 서사적 특징이 요즘 영화나 드라마 경향과도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손 연구자는 “로맨스 판타지가 대부분 고대나 중세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만큼, 섬세한 각색으로 이를 극복하면 로맨스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2차 창작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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