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는 차에서 설교 듣는 ‘드라이브 인 워십’ 진행
12일 기독교 최대명절인 부활절을 맞아 일부 개신교회들이 현장 예배를 강행하면서 정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무색해졌다. 특히 지난 2주간 서울시의 집회금지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2차례 고발당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는 서울시의 현장점검까지 거부하면서 부활절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그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하겠다며 온라인 예배를 하던 교회 상당수가 부활절을 맞아 현장예배로 전환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내 6,400여개 교회 중 지난 5일 현장예배를 한 곳은 1,914곳에 그쳤으나 12일 부활절엔 10% 이상 늘어난 2,100여곳이 현장예배를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충북의 경우 2,075개 교회 가운데 지난 5일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1,269곳, 부산에서는 전체 교회의 절반 가량인 952곳이 현장 예배를 진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경우 종로구 새문안교회와 중랑구 금란교회, 중구 영락교회 등 대형교회가 국가 감염병 위기경보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격상된 직후 중단된 현장 예배를 약 7주만에 다시 재개했다. 교회 관계자는 “부활절을 맞아 처음으로 현장 예배를 열었다” 면서 “예배당 내 신도 간 간격 유지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사전 참석 허가를 받은 신도만 참석했다”고 설명했다.
현장 예배가 재개되면서 전국에서 교회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마찰에 빚어졌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는 부활절 예배 시작 전부터 신경전이 빚어졌다. 오전 서울시와 성북구청 직원 100여명이 채증 등 현장점검을 할 예정이었지만 교회 관계자들과 신도들은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입구 앞에서 일부 신도들은 ‘예배방해죄 벌금 500만원 및 3년 이하 징역’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총 1,200명의 신도가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이번 주말에도 서울시의 집회 금지 명령을 위반해 추가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부 교회는 밀접접촉 범위를 축소하기 위해 현장 예배 방식을 바꿨다. 이날 백석대교회는 충남 천안에 위치한 백석대 운동장에서 교인들이 차량에서 내리지 않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 설교를 듣게 하는‘드라이브 인 워십(drive-in worship)’예배를 진행했다. 약 200대 차량이 참석했으며, 헌금은 개인이 가진 마스크 여유분을 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백석대 관계자는 “모인 마스크는 취약계층에 전달될 수 있도록 지역 주민센터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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