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김여정 정치국 후보위원 복귀
북한이 예정됐던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 일정을 늦추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하는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었다. 1번 의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책이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북한 경제 상황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김정은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분위기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2일 김 위원장 주재의 당 정치국 회의가 11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10일 최고인민회의를 열겠다고 예고했으나 순연됐고, 정치국 회의 개최 사실이 먼저 공개된 것이다.
정치국 회의 개최는 코로나19 대응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이 공개한 논의 안건도 △코로나19 대처 방안 △2019년 국가예산 집행 정형과 2020년 국가예산 △최고인민회의 14기 3차회의에 제출할 간부(인사) 문제 △조직 문제 등 4가지였다. 통신은 특히 “(코로나19 위험을) 단기간에 해소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국가계획 변경 배경을 설명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밝혀온 북한이 코로나19 상황 관리에 정책 초점을 맞춘 당 정치국 회의를 연 의도는 복합적이다. 코로나19 방역 자체도 중요하지만 강력한 주민 통제와 봉쇄 정책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만큼 정책 방향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말 열린 당 중앙위 7기 5차 전체회의에서 대북 제재 ‘정면돌파’ 방침을 밝혔지만 새해 들어 뜻밖의 코로나19 사태로 북중교역 등 차질을 빚어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 역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처럼 ‘코로나 리더십’ 시험대에 서 있다”며 “김 위원장은 향후에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리더십과 국가 운영 능력을 내부에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회의에선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하는 등 소폭 인사도 있었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 때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빠졌으나 이번에 명예를 회복했다. 실질적 2인자 자리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선권 외무상은 정치국 후보위원, 박정천 군 총참모장은 정치국 위원으로 각각 승진했다.
회의에서 결정된 입법 사안과 예산ㆍ결산 등의 안건은 조만간 우리의 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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