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년에 시상을 시작한 공쿠르상은 프랑스 최고 권위 문학상으로 꼽힌다. 당초 신인 작가를 대상으로 했는데, 수상자가 두 번째 책을 낼 수 있도록 상금 50프랑을 줬다. 상금 액수는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고, 유로 도입 후 50프랑에 해당하는 10유로(약 1만3,000원)를 수여한다. 100여년 전과 달리 책 출간은커녕 누군가와 밥 한 끼조차 같이 먹기 힘든 돈이다. 하지만 공쿠르상 수상자들은 곧바로 백만장자가 되곤 한다. 수상작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수상자는 저작권 덕분에 돈방석에 앉는다.
□미국 드라마 시리즈 ‘왕좌의 게임’의 각색 작가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대니얼 와이스는 지난해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 넷플릭스와 손을 잡아 화제를 모았다. 두 사람이 수년간 받게 될 돈은 2억달러(약 2,400억원)다. 드라마 시리즈 ‘그레이 아나토미’ 등으로 유명한 작가 숀다 라임스는 2017년 1억달러(약 1,200억원)를 받고 넷플릭스와 4년 계약을 맺었다. 영국 드라마 ‘플리백’의 작가 겸 주연배우 피비 월러-브리지는 지난해 아마존 스튜디오와 3년 계약을 해 매년 2,000만달러(약 240억원)씩 받는다. 스타 배우 못지 않은 작가 몸값은 OTT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치솟고 있다.
□국내에서도 스타 소설가나 유명 방송작가의 수입은 높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 등의 김은숙 작가는 방송 1회당 1억원 안팎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작가는 매우 예외적인 사례다. 방송작가 대부분이 저임금을 받고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린다. 2016년 언론노조 조사에 따르면 1년 수입이 1,000만원 이상, 2,000만원 미만인 방송작가가 53.1%였다. 같은 해 국내 소설가의 1년 평균 수입은 1,544만원(한국고용정보원 조사)이었다. 미국작가조합(WGA)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시나리오ㆍ방송작가 6,057명의 평균수입은 26만달러(약 3억원)를 넘었다.
□전반적으로 한국에서 글은 헐값에 거래된다. 공공기관이 기관 소식지 등 발행을 위해 외부 필자에게 주는 원고료조차 200자 원고지 1장당 1만원 안팎인 경우가 적지 않다. 낮은 원고료는 작가에 대한 한국 사회의 푸대접을 상징한다. 백희나 작가의 동화 ‘구름빵’으로 최근 다시 불거진 출판계의 매절계약 논란은 작가와 저작권에 대한 후진적 인식을 잘 보여준다. 영화든 드라마든 글이 토대다. 작가가 대우받아야 한류의 미래도 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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