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집콕’이 일상화된 요즘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최근 베토벤을 재해석한 음반들이 잇달아 발매되고 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연주자부터 ‘이단아’라는 호칭을 듣는 연주자까지, 교향곡에서 가곡까지 베토벤의 다양한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음반들이다.
부흐빈더 ‘디아벨리 프로젝트’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는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꼽힌다. ‘디아벨리 프로젝트(The Diabelli Project)’라고 이름 붙인 음반에서 부흐빈더는 막스 리히터, 로디온 셰드린, 탄 둔 등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작곡가들의 손을 거쳐 2020년 버전으로 재탄생한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을 두 장의 CD에 나눠 담았다.
디아벨리 변주곡은 1819년 빈의 음악 출판업자 안톤 디아벨리가 자신이 작곡한 왈츠 주제를 작곡가 50여명에게 나눠주면서 변주곡 한 곡씩을 작곡하도록 요청한 것인데, 베토벤은 다른 작곡가의 곡과 섞이지 않는 조건으로 1개가 아닌 33개의 변주곡을 만들어 한 권으로 묶어냈다. 2권은 나머지 작곡가들이 작곡한 변주곡들로 채워졌다.
‘디아벨리 프로젝트’는 부흐빈더가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에 합류한 후 첫 선을 보이는 앨범. 부흐빈더가 첫 디아벨리 변주곡을 레코딩한 지 47년 만에 녹음한 음반이다. 첫 번째 CD에는 베토벤의 33개 디아벨리 변주곡, CD2에는 셰드린, 탄 둔 등 11명의 작곡가가 새로 쓴 변주곡과 함께 안톤 디아벨리에 의한 변주곡 2권에 해당하는 훔멜, 슈베르트, 체르니 등의 작품이 담겼다. 부흐빈더는 올해 9월 한국을 찾아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괴르네, 리시에츠키의 ‘베토벤 가곡 작품집’
정상급 성악가 마티아스 괴르네와 피아니스트 얀 리시에츠키가 함께 녹음한 베토벤 가곡 작품집도 최근 발매됐다.
바리톤 괴르네는 독일 리트(예술가곡)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인물로 최근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온라인 공연을 진행하기도 했다. 피아노 연주를 맡은 리시에츠키는 지난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발매해 호평을 얻은 바 있다.
베토벤이 쓴 가곡은 그의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괴르네는 “베토벤은 슈베르트와는 또 다른 대단한 멜로디를 만들어냈다”며 “가곡에 관해서는 과소 평가된 보석”이라고 했다.
베토벤 가곡은 단순함과 복잡함을 급격하게 오가는 감정 묘사와 구조 등으로 성악가와 피아니스트 모두에게 까다로운 작품으로 유명하다. 앨범에는 ‘겔레르트의 시에 의한 6개의 가곡 op.48’ ‘멀리 있는 연인에게 op.98’ ‘아델라이데’ ‘사랑을 하는 남자’ 등 23곡이 담겼다.
쿠렌치스의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클래식계의 스타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가 이끄는 오케스트라 ‘무지카 에테르나’의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도 최근 발매됐다. 그리스 아테네 태생 쿠렌치스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개성이 강한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지난 2018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쿠렌치스가 지휘하고 무지카 에테르나가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은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해 7월 런던 BBC 프롬스에서 가진 첫 무대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2번과 5번을 연주했고 각종 미디어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어쩐지 베토벤 이상의 것처럼 보이게 하는 강렬한 연주, 그 어느 때보다 더 베토벤스럽다”고 평했다.
그는 이후 빈의 콘체르트하우스에서 베토벤 교향곡 5번과 7번을 녹음했다. 이번에 발매된 5번에 이어 소니뮤직은 오는 9월 쿠렌치스가 지휘한 베토벤 교향곡 7번을 내놓을 예정이다. 쿠렌치스와 무지카 에테르나는 당초 이달 7, 8일 베토벤 교향곡 5번과 7번을 선보이기 위해 처음으로 내한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무산됐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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