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초유의 실업 폭증 우려에 직면한 미국이 연이어 강력 조치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이견ㆍ시스템 과부하 등으로 대책 시행이 초반부터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추가 경기부양책 마련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최근 3주간 1,680만명이 실직하는 등 미국 경제에 유례 없는 위기가 왔다”고 보도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도 “미국 경제가 비상사태에 빠졌으며 빠른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4월 첫 주(3월 29일~4월 4일) 실업수당 신청자가 2주 연속 660만명을 넘어설 만큼 전례 없는 실업난이 예고된 데 따른 우려다.
더 큰 문제는 2조2,000억달러(약 2,664조원) 규모의 3차 경기부양책에 실업수당이 2,500억달러 책정돼 있지만 현장 체감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AP통신은 “자영업자들과 초단기 비정규직ㆍ임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수입을 증명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서류 제출 절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또 전화ㆍ웹사이트ㆍ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한 수당 청구와 관련해서도 “신청자가 대거 몰리면서 시스템 과부하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이 같은 혼란상은 고용 유지에 방점을 둔 유럽과 대비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실업수당을 늘렸지만 유럽은 처음부터 해고 방지에 주력한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프랑스에선 민간부문 일자리의 4분의 1에 해당되는 580만명이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독일에서도 유사한 제도로 65만개 기업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촉구한 것이다.
미국의 4차 부양책 논의도 교착 상태에 빠졌다. 중소기업 급여보호 프로그램에 주(州)정부ㆍ의료기관 지원을 포함시키자는 민주당의 요구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당초부터 인프라 재건 대상 프로젝트에 대한 이견이 예상됐던 상황에서 난제가 겹친 셈이다.
이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 측은 경제활동 정상화 군불때기에 여념이 없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사업체들이 내달 다시 영업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단언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1~2개월 안에 경제가 재개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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