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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기간산업 고사 위기… “제2 한진해운 사태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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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기간산업 고사 위기… “제2 한진해운 사태 막아라”

입력
2020.04.13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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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해운·정유 등 지원 여부, 정부 “대기업 특혜로 비칠라” 고민 

 컨트롤타워·대기업 구조조정 전담기구·도덕적 해이 방지 장치 필요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모습. 연합뉴스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모습. 연합뉴스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항공, 해운, 정유, 자동차, 철강 등 주요 기간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충격으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기간산업의 붕괴는 단순한 부채ㆍ실업 증가를 넘어, 경제 인프라를 뒤흔들 수 있는 대형 악재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 본격적인 대응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결단을 내릴 컨트롤타워 부재 등으로 지원 대상과 규모, 방법 등을 계속 고민하는 모습이다. 하루하루 쌓여가는 코로나19 충격 속에 자칫 기간산업에서 ‘제2의 한진해운 파산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자, 정부의 신속한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흔들리는 기간산업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는 그야말로 고사 위기다. 인천국제공항의 지난달 이용객수(60만9,561명)는 1년 전보다 90% 급감했다. 국적 여객기의 80%(320여대)가 멈춰서면서, 항공사는 물론 기내식 협력사, 공항 외주업체 등도 줄도산 위기에 몰렸다.

물동량이 급감한 해운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자금사정이 안 좋은 중소 해운업체는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견 해운사인 흥아해운은 최근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했다.

쌍용자동차는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이 코로나19 여파로 2,300억원의 자금지원 계획을 철회하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또 유가 폭락으로 정제마진이 급감한 정유업계는 물론, 철강 등 다른 주요 기간산업도 수출 감소와 해외 생산기지 ‘셧다운’ 등에 생사의 기로를 향하고 있다.

 ◇신중한 정부 

기간산업은 한번 무너지면 국가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준다. 협력사를 포함한 대규모 고용은 물론, 각종 산업의 인프라 기능과 함께 유통, 물류 등 후방산업과도 밀접히 연계돼 있어서다. 단순히 한 두 대기업의 도산 문제로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기업을, 얼마나 지원할 지를 두고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 자금이 당장 더 어려운 소상공인 등 취약층부터 쓰여야 한다는 정책적 판단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정부 관계자는 “기간산업이 잘못되면 문제가 심각해 진다는 건 정부도 잘 알고 있다”며 “다만 도움의 손길이 더 필요한 계층이 있고, 유동성 지원만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운 기업도 있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기간산업 지원이 자칫 ‘대기업 특혜’로 비춰질 소지도 정부의 고민거리다. 일례로, 산업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항공ㆍ해운업계에 신속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자금 지원의 키를 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내부에서는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등 자구책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위기도 상대적으로 강하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기간산업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기저질환’을 앓던 기업도 있다”며 “코로나를 이유로 일괄 지원에 나설 경우,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부정적 여론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컨트롤타워부터 확실히 해야” 

전문가들은 기간산업 지원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먼저 확실히 하고, 부처간 이견을 조율해 도움이 필요한 기업을 빨리 선별할 것을 주문한다. 대기업 특혜 시비 등에 발이 묶여 ‘지원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정부도 우려하는 기간산업체의 ‘흑자 도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7년 한진해운 파산 사태도, 정부가 시장 원칙을 강조하며 지원을 미루는 바람에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의 해운 경쟁력을 크게 손상시켰다는 비판이 남아 있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경제위기에 대비해, 아예 기간산업이나 파급력이 큰 대기업 지원과 구조조정을 전담할 상시 기구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전직 고위 경제관료는 “사태가 심각해져서야 우왕좌왕하며 지원 기준을 고민하는 악순환을 막으려면, 전담 기구나 제도를 차제에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간산업은 지원해야 하지만, 한계기업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막을 장치도 필수다. 정부 관계자는 “항공사 보잉에 600억달러(약77조원)를 긴급 지원하기로 한 미국 정부도 △고용 유지 △임직원 보너스 금지 △자사주 매입, 배당 금지 등을 필수 지원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좀비 기업들이 지원금만 받고 오히려 구조조정을 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며 “자구노력 등 기업의 희생을 전제로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도 “이미 문제를 가지고 있던 기업에는 지원과 구조조정을 병행해야 한다. 모든 기업을 같은 기준으로 지원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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