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연 영화 ‘서치 아웃’ 15일 개봉
허가윤(30)에게 배우라는 호칭은 아직 어색하다. 이름 앞에 ‘포미닛’을 붙여야 자연스럽다. 연기로 새 이력을 쌓으려 할 때 아이돌 경력은 도약대이기보다 족쇄다. 허가윤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15일 개봉하는 스릴러 영화 ‘서치 아웃’(감독 곽정)은 배우 허가윤에게 전환점이 될 듯하다. 단역 또는 특별출연에 그쳤던 그에게 ‘서치 아웃’은 첫 주연 영화다. 지난 9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허가윤은 “연기에 대한 평을 들으면서 저 자신을 조금씩 더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치 아웃’은 2013년 러시아의 실화에 바탕을 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흰긴수염고래’란 게임을 즐기던 청소년들이 관리자가 지정한 임무를 수행하다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었다. 영화는 SNS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몬, 정체불명의 살인자를 찾아나선 젊은이들 이야기다. 의협심 강한 취업준비생 성민(이시언)과 준혁(김성철)을 돕는 흥신소 직원 누리가 허가윤의 몫이다. 강단 있는 해커지만 어두운 과거를 지닌 인물이다.
허가윤은 “SNS 안 하는 사람이 거의 없고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날 수 있겠다 싶어 출연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개봉을 앞두고 ’n번방’ 사건이 터져, 영화가 화제에 올랐다. 허가윤은 “n번방을 추적한 ‘추적단 불꽃’이 영화 속 세 사람과 비슷하다는 댓글도 봤다”고 말했다.
허가윤에겐 배우가 오랜 꿈이다. 포미닛 데뷔 직전 수시입학으로 대학 연극영화과에 합격했다. 하지만 데뷔가 코 앞인 팀의 메인 보컬이 대학을 다니겠다 할 순 없는 노릇. 입학을 포기했다. 7년간 포미닛 활동으로 스타가 됐지만, 2016년 그룹 해체 직후 곧바로 연기 활동을 찾아 나섰다. 그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대화하며 영화를 만들어가는 촬영 현장이 재미있다”고 했다. “회사가 정한 콘셉트에 따라 춤추고 노래하고 의상을 입어야 했던” 아이돌 시절과는 달라서다.
배우로서 사실상 출발선에 선 허가윤에게 가장 큰 숙제는 “아이돌과 가수 이미지 지우기”다. 그래서 “가수로 활동할 생각은 아직 없고,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포미닛 시절의 허가윤은 허가윤이 아니었고, 이제 진짜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다짐도 내보였다. 그는 “영화 ‘마약왕’의 우민호 감독이 자신을 몰라보고 이미지가 신선하다며 캐스팅했을 때 기뻤다”고도 했다. 허가윤은 “가수 되기까지도 6년이나 걸렸으니 연기도 ‘쉽게 빨리빨리 하지 말자’ 스스로 다독인다”고 말했다.
허가윤의 롤모델은 아이돌 출신 배우 서현진이다. “서현진 선배님은 노래도, 연기도 잘하시잖아요. 저도 ‘의외로 연기 잘하는, 의외의 허가윤’ 같은 말 듣고 싶어요. 서 선배처럼 되면 감사하죠.”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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