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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AI국회의원이 안되면 AI보좌관이라도

입력
2020.04.13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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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역시 국가번호 ‘+82’의 나라답다. 불과 한 달여 전까지도 세계 두 번째 최다 감염국의 수모를 겪었던 한국이 코로나19 모범 대응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씨젠 등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토종 바이오 기업에 전세계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그동안 꽉 막힌 의료 규제에 발목이 붙잡혀 후발 주자로 머물러 있던 국내 업체들이 금번 위기를 기회로 단숨에 글로벌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날아오르게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시장화가 더디게 진행되던 많은 AI 서비스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으며, 개화한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시장전문기관들의 긍정적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AI기술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게 될 것으로 예측했으며, 한국IDC 역시 국내 AI 서비스 시장이 2023년까지 연평균 30% 이상의 괄목할 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의료계에서는 AI와 의료진이 상호보완적 역할을 하며, 빠르고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ㆍ예측하고 치료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등 비약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AI 덕에 오진율은 최소화되고 예측 가능한 질병까지 예방해 주니 의사와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대변되는 적폐를 해소하고 법률 서비스를 대중화하기 위한AI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AI가 계약분석, 법률검색, 판결예측, 입법예측 등을 보조하며 법조인의 업무 역량과 신뢰도를 높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다양한 전문 직종에서 AI와 인간의 공존은 필연적 흐름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정치권도 예외일 수 없다. 정치권의 무능과 부정부패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인해 차라리 AI가 정치를 하는 게 낫겠다는 다소 과격한 시도들이 세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7년 최초로 등장한 뉴질랜드의 AI 정치인 ‘샘’은 올해 총선 출마를 계획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이미 2018년에 AI 후보자가 지방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또한 AI 로봇 ‘소피아’를 개발한 벤 괴르첼 싱귤레리티넷 대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로바마’를 2025년까지 개발 완료하여 사리사욕 없는 정치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의료계나 법조계의 예처럼 실제로 AI 정치인이 인간 정치인을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AI가 향후 인간 정치인과 공생하고 협업하며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적극 활용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며칠 뒤면 총선을 통해 300명의 국회의원이 선출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글로벌 경제 위기와 예측하기 힘든 디지털 대변혁기에 의정 활동을 해야 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게 될 300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철 지난 공약집에 의존해 파벌 싸움과 파행을 일삼으며 사실상 불신임 상태에 빠진 국회가 아니다. 급변하는 상황에 대한 빠른 진단과 분석을 통해 가장 나은 대안을 예측하고 국민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국회가 시급하다.

국회의원 1인당 1억5,000만원이 넘는 연간 세비의 일부만 모아도, 의원실 보좌진 수를 현행 9명에서 일부만 줄여도, 국회 전체는 물론, 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AI 보좌관을 개발할 수 있지 않겠는가. AI 도입을 통해 예산안 의결과 국정감시 기능을 효율화하고, 입법 결과나 예산 집행 효과를 미리 예측해 보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국민 개개인의 필요와 요구에 더욱 기민하게 대응하고, 챗봇이나 온라인 대시보드 등을 통해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전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코리아 방역 모델처럼, 300인의 초당적 노력과 헌신으로 AI 코리아 정치 모델이 탄생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ㆍ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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