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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의 美대선 이야기] 트럼프는 성공했는데 샌더스는 왜 못했을까

입력
2020.04.12 18: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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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역구인 버몬트 주 벌링턴에서 8일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경선 포기를 발표하고 있다. 샌더스 후보 선대본부 제공.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역구인 버몬트 주 벌링턴에서 8일 동영상 메시지를 통해 경선 포기를 발표하고 있다. 샌더스 후보 선대본부 제공.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 경선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2016년 트럼프와 함께 전국 무대에 등장하면서 ‘아웃사이더’의 돌풍을 이끌어 왔는데,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왜 트럼프는 성공했고 샌더스는 실패했을까? 두 사람의 개인적인 특성을 제외하고 미국의 공화, 민주 각 정당의 특성에서 이유를 찾을 수는 없을까?

우선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이념적 입장을 취한 사람이 양 정당의 대선후보가 되었는지를 살펴보자. 공화당의 경우 22.2%가 평균보다 더 중도 성향을 택했던 반면, 보다 선명한 보수의 색채를 강조한 후보는 33.3%를 차지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의 경우는 중도 성향이 44.4%였지만, 진보를 분명히 내세운 후보는 고작 1명(5.6%)뿐이었다. 대선 경선과정에서 공화당의 우파 분파가 성공할 확률은 나쁘지 않았지만, 민주당의 좌파 분파가 성공할 확률은 매우 낮았던 것이다. 트럼프의 성공과 샌더스의 실패가 예외적인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차이가 생긴 것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의 정당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말하는 진보와 보수의 차이를 넘어서는 스타일의 차이가 있다. 또, 당원과 지지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점이 다르다.

첫째, 공화당은 이념적이고 추상적인 담론을 선호하지만, 민주당은 구체적인 이슈나 정책을 선호한다. 1960년부터 최근까지의 미국선거조사(ANES, American National Election Studies)를 분석해 보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자신을 ‘정부의 역할’이나 ‘진보-보수’와 같은 점에서 보수적이라고 규정하는 편인 반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경제, 교육, 환경, 복지, 노동과 같은 구체적인 이슈에 있어서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신의 추상적인 정치 이념에서 논리적 일관성이 높은 사람의 비율은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평균 10~15%이지만 공화당 지지자의 경우 평균 35~45%로 훨씬 더 높은 편이다.

둘째, 선거과정에서도 민주당보다 공화당이 이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최근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정당이 이념적 순수성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30~35%이지만 공화당 지지자의 경우 50~60%로 상당히 높다. 또한 최근 30년간 7번의 대선 캠페인에서 사용된 언어를 분석한 결과, 이념과 원칙과 관련된 표현을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보다 평균 2.2배 많이 사용했다. 특히, 정당의 이념을 보다 잘 실현시킬 후보라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은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보다 평균 3.7배 많이 사용했다.

셋째, 민주당은 반대로 선거과정에서 소속집단과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국선거조사(ANES)에 따르면,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해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의 비율이 공화당 지지자의 경우 평균 10~20%에 불과하지만, 민주당 지지자의 경우 평균 50~60%로 매우 높다. 또한 지난 30년간 대선 캠페인에서 인종, 성별, 연령 등을 언급하는 표현을 공화당 후보보다 민주당 후보가 2배 많이 사용했다. 특정 그룹이나 이익단체를 언급하는 표현은 1.6배, 지지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개별 정책을 알리는 표현도 1.7배 더 많이 사용했다.

요약하자면, 공화당은 자신들이 정부의 제한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보수 이념을 실현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하지만, 민주당은 자신들이 미국의 다양한 집단과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책 연합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미국의 양대 정당이 자신들을 규정하는 성격이 이와 같이 다른 것은 미국인들의 사고방식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미국선거조사(ANES)를 통해 일반 국민에게 정부개입의 적정한 수준에 대해서 물어보면 진보-보수의 견해가 35대 65 정도로 보수에 훨씬 가깝다. 하지만 거시경제정책은 진보-보수의 견해가 60대 40, 교육정책은 70대 30, 환경정책은 75대 25로 진보에 더 가깝다. 평균의 미국인들은 추상적인 수준에서 보수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수준에서 진보적인데,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의 포인트를 공략해 왔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과 그 이후 매우 ‘공화당’스러웠으며, 2020년에도 그 경향은 지속되고 있다. 구체적인 이슈와 정책보다는 두루뭉술하고 상징적인 수사를 즐겨 사용한다. 공화당 주류와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을 깨고 보수라는 이념의 우산 아래에서 상부상조하고 있다.

이에 반해서 샌더스 상원의원은 2016년과 2020년 모두 ‘민주당’스럽지 못했다. “사회민주주의자”라는 이념적 선명함을 지나치게 내세웠다. 흑인과 히스패닉, 그리고 여성을 타게팅하는 구체적인 정책을 내세우기보다, 전국민 의료보험이나 대학무상교육과 같이 혜택이 너무 멀리 있어 보이는 정책에 집중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그 이름과 내용만 다른 것이 아니라 관점과 스타일에서도 판이하다. 트럼프의 성공과 샌더스의 실패는 그들이 각 정당 속에 얼마나 잘 녹아 들어갔는지에 달려 있었던 듯 보인다.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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