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집단감염 예방을 위해 개학이 연기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예년 같으면 새 학기 시작으로 어느 때보다 활기찼을 3월이 존재하지 않은 시간인 것처럼 지나갔다. 학사 일정도 평소처럼 운영할 수 없어 곳곳에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개학 연기에 맞추어 학사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규정이 갖춰져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초ㆍ중등교육법’에서는 지역 실정에 맞는 창의적인 교육을 위해 학교운영위원회를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같은 법에서 새 학년 1학기의 시작을 3월 1일로 규정하고 있다 보니,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서는 개학에 맞춰 학교운영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위원의 임기를 4월 1일부터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초ㆍ중등교육법’에는 재해 등으로 정상수업이 불가능한 경우 개학을 연기할 수 있는 근거가 있으나, 조례에서 위원의 임기 개시일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경우는 찾기 어렵다. 그렇다면 개학이 연기되었음에도 위원의 임기를 반드시 4월 1일부터 시작해야 하고, 위원 선출 절차를 그전에 진행해야만 할까?
법제처는 지방자치단체의 이러한 질문에 대해 위원 선출 일정을 개학 이후로 연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주었다. 조례에서 임기 개시일을 개학일부터 1개월 후로 정한 취지, 위원회가 늦게 구성되더라도 학교 운영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한 것이었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의 속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등의 수요가 폭증하여 수급이 불안정해지자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마스크 생산확대, 수출금지 등 강력한 수급안정조치를 추진했다. 법제처는 이러한 조치들의 위법성 여부와 적절성 여부를 신속하게 검토ㆍ판단하여 수급안정조치가 제때에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난 3월 말에는 각 시·도에 파견한 법제협력관들과 영상회의를 개최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들은 예방적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 격리명령서 발부 등 방역 활동 중 직면하는 법적 쟁점들에 대해 전문적으로 검토하여 신속하게 의견을 제시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의 코로나19 극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법은 단순히 통치의 수단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국민 건강과 안전이 절실한 현 상황에서는 법치주의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가장 합리적인 방법으로 법령을 집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모든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신속히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상 회복이 국민들의 최대 희망사항이 된 지금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신속히 극복하고 교정을 마음껏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게 될 날을 기대한다.
김형연 법제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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