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6 위기에 따른 봉쇄령으로 8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 거리가 텅 비어있다. 메카=AFP 연합뉴스

왕족도 바이러스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사우드 왕가 내부에서 150여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왕실 소식통을 인용, “코로나19가 사우디 왕가의 심장을 습격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전날 왕가 주치 병원인 파이잘국왕 전문병원 경영진은 의료진에 “VIP(왕족) 치료에 대비해야 한다. 얼마나 감염됐는지는 모르지만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왕족과 측근에서 나올 감염자 치료를 위해 병상 500개를 마련하라는 지시도 떨어졌다.

감염자 중에는 수도 리야드시가 있는 리야드주 주지사인 파이잘 빈 반다르 왕자도 포함됐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의 조카인 반다르 왕자는 현재 파이잘국왕 전문병원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이란의 고위 관료에 이어 사우디 왕가도 전염병에 걸린 것은 이번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지위 고하를 가리지 않는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반다르 왕자 등의 정확한 감염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주미 사우디 대사관 역시 왕족 감염과 관련한 NYT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왕가 소식통과 의료진은 신문에 “수천 명에 달하는 알사우드 왕가의 왕자는 유럽을 자주 오간다”며 “이들 중 일부가 감염된 채 귀국한 것 같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중동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한 2월 말부터 이슬람 최고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봉쇄하고 외국인 입국과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하는 등 고강도 조처를 시행했다. 신문은 “사우디가 코로나19 확산에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대처한 동기도 왕가의 감염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준 사우디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2,932명, 사망자는 41명으로 집계됐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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