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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백 번 전화해도 허탕친 공영쇼핑 마스크 구매, 직원 친인척은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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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백 번 전화해도 허탕친 공영쇼핑 마스크 구매, 직원 친인척은 성공?

입력
2020.04.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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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판매가 종료됐음을 알리는 공영쇼핑의 안내문 방송. 박인규씨 제공
마스크 판매가 종료됐음을 알리는 공영쇼핑의 안내문 방송. 박인규씨 제공

지난 달 3~4일 일부 인터넷 맘 카페 등에 ‘공영쇼핑 마스크 방송시간’이라는 제목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다음 날의 마스크 판매방송 시간은 물론 PD와 진행자, 판매회사 이름까지 들어있었다.

당시는 마스크 품귀 현상이 극심할 때였다. 정부는 홈쇼핑 업체 중 유일한 공공기관인 공영쇼핑을 공적판매처로 지정했고 공영쇼핑은 사재기를 막기 위해 판매 시간대를 미리 알리지 않는 이른바 ‘게릴라’ 방송을 진행했다. 또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고객들을 위해 전화 주문만 받았다. 그런데 철저한 보안이 필요한 마스크 판매 시간대가 사전에 외부로 흘러나간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내부 직원에 의한 유출일 거란 의심도 강하게 들었다. 소비자 항의가 거세지자 공영쇼핑은 자체 감사에 착수했는데 이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밝혀졌다. 공영쇼핑 직원의 친인척들이 공영쇼핑을 통해 마스크를 구입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공영쇼핑 마스크 구매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직원의 친인척들은 성공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다. 이들이 마스크 판매방송 시간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영쇼핑은 지난 달 시행한 내부 감사에서 일부 직원 친인척의 마스크 구매를 적발했다. 직원들에게 공영쇼핑 방송을 통해 마스크를 산 주변 사람이 있으면 자진 신고하라고 했더니 9명이 이 사실을 털어놓았다고 한다. 특히 자진 신고한 9명 중 일부는 편성시간을 미리 알 수 있는 부서인 방송 쪽 인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공영쇼핑은 2월 중순, 마스크 판매에 들어가기 전 직원들에게 ‘본인과 가족은 물론 지인, 친인척들은 마스크 구매를 자제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마스크 판매 시간을 알 수 없어 공영쇼핑에 채널을 고정한 채 판매가 시작하길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수백 통의 전화를 걸고도 마스크 구매에 실패한 기억이 떠올라서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박인규(37)씨는 “국민들은 마스크 한 장 사려고 공영쇼핑 방송만 들여다보며 애를 태웠는데 만약 직원들이 친인척에게 정보를 흘렸다면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국민들을 기만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공영쇼핑 마스크를 사려고 고생한 걸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이틀 내내 공영쇼핑을 틀어놓고 판매방송이 시작하면 전화 주문을 시도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연속으로 110번을 전화 시도한 적도 있지만 실패했다. 박씨는 “이제 와서 보니 공영쇼핑에 농락당한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인규씨가 공영쇼핑에서 공적마스크를 사기 위해 전화한 내역. 한 번에 110차례까지 전화한 내역이 있다. 그러나 박씨는 결국 마스크 구매에 실패했다. 박인규씨 제공
박인규씨가 공영쇼핑에서 공적마스크를 사기 위해 전화한 내역. 한 번에 110차례까지 전화한 내역이 있다. 그러나 박씨는 결국 마스크 구매에 실패했다. 박인규씨 제공

반면 공영쇼핑은 직원들이 주변에 정보를 유출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니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공영쇼핑 관계자는 “자진 신고한 직원들은 편성 정보를 친인척에게 알려준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친인척들도 직원에게 정보를 들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인정보 침해 우려를 이유로 자진 신고자들의 휴대폰이나 문자, 카카오톡 메시지 등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수사기관도 아닌데 직원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들여다볼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한 자진 신고자 말고 또 다른 직원의 지인, 친인척 중에서도 마스크를 구매한 사람이 있느냐에 대해서도 공영쇼핑은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은 채 9명의 직원에게 주의 조치만 내렸다. 공영쇼핑이 사건 무마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공영쇼핑 직원이 정보를 유출했느냐를 떠나 그들의 친인척이 마스크를 샀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의 배신감은 엄청날 것”이라며 “형사 처벌이나 규정 위반과 별개로 국민정서법상 이건 ‘유죄’”라고 꼬집었다.

한편, 방송 전 온라인에 떠돈 시간표에 대해서도 공영쇼핑은 감사 결과 실제 편성과 달랐고 유출자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영쇼핑은 2월 19일부터 3월 5일까지 28차례 방송을 통해 200만장의 마스크를 팔았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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