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미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통령 이기려 협력”
트럼프 “샌더스 표 지난 대선 때처럼 내게 오라” 구애
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이 8일 영상메시지를 통해 대선후보 경선 선거운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대결을 펼칠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선 당내 유력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층을 온전히 흡수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샌더스 상원의원을 ‘공정하고 공평한 미국을 위한 영향력 있는 목소리’라고 상찬하며 “(샌더스 캠프는) 단순한 선거 캠페인이 아니라 정치적 운동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당신들이 필요하고 함께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선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한 샌더스 의원에 대해 최대한의 예우를 갖추면서 그의 지지층에게 합류를 적극 요청한 것이다.

앞서 샌더스 의원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승리로 가는 길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4년 전에 이어 또 다시 대권 도전의 꿈을 접었다. 지난달 3일 ‘슈퍼화요일’ 참패 이후 지역별 경선에서 내리 대패하면서 실질적인 승부가 결정 난 상황을 인정한 것이다. 그는 “도의적으로 이길 수 없는 선거운동을 계속하는 건 어려운 시기에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중요한 일을 방해할 수 있다”고 하차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전 부통령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미국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대통령인 트럼프를 이기기 위해 함께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적 의제를 관철시키기 위해 완주해야 한다는 지지층 일각의 주장이 자칫 당의 단합과 본선 승리의 장애가 될 수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샌더스 의원이 조기에 하차 결정을 내림으로써 민주당은 4년 전 대선 당시와 같은 극심한 경선 후유증에선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샌더스의 조기 하차는 2016년 경선 당시 힐러리 클리턴의 승리가 확실해진 후에도 험악한 선거운동을 벌였던 것과 대조된다”고 평가했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샌더스도 2016년과 같은 독한 관계를 피하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다만 2016년 대선에서 샌더스 의원의 지지자 중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만큼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선 ‘샌더스 지지층’의 온전한 흡수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캠프 합류를 호소하고 나섰지만 샌더스 의원이 남은 경선기간에도 계속 대의원을 모으겠다고 밝혀 ‘절반의 하차’라는 평가도 나오는 만큼 결과를 낙관하긴 일러 보인다.

양측 간 정책ㆍ이념적 간극도 변수다. 샌더스 캠프의 한 참모는 “정책이 우선인 버니 지지자들이 무조건 바이든에 투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샌더스 의원 지지층의 보호무역주의 선호는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과 겹친다. 실제 4년 전 경합주인 ‘러스트 벨트’ 노동자들이 대거 트럼프 대통령 지지로 돌아선 게 승부를 갈랐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바람대로 ‘사기꾼 힐러리’ 사태와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썼다. 적전분열을 노린 것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선 아예 노골적으로 “버니와 나는 무역에서 의견이 같다”며 “지난 대선 때처럼 버니 지지자들은 공화당으로 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샌더스 의원 지지층을 흡수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최대 위협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에 직면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민주당의 단합’이 큰 위협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선거전략가 벤 라볼트는 “트럼프의 잇단 트윗은 민주당의 조기 단합에 대한 초조함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트럼프 - 바이든 지지율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바이든 전 부통령은 화려한 정치이력과 풍부한 국정 경험, 높은 인지도, 본선 경쟁력 등을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3수’ 끝에 대권에 도전하는 그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끝마치게 할 최적의 민주당 후보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29세에 델라웨어주(州)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청년ㆍ노동자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미 역사상 6번째 최연소 상원의원’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같은 지역구에서 6선이나 하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2009~2017년) 8년간 부통령을 역임한 게 큰 정치적 자산이 됐다. 민주당 주류와 백인 노동자층의 지지에다 흑인들의 절대적인 지지까지 얻게 됐다.

올해 대선 도전은 1988년과 2008년에 이어 세 번째다. 78세라는 고령의 나이와 워싱턴 주류로 굳어진 이미지, 차남 헌터로 인해 불거진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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