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이번 달 미국 공장 조업을 완전히 중단한다. 최근 직원 중 한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하면서 보건안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다. 기아차 미국 공장, 현대차 브라질·러시아 공장도 '셧다운'을 연장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급 경영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 가동 중단을 5월 1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앨라배마 공장은 지난 18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이달 10일까지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앨라배마 공장 직원 중 한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하고, 미국 내 자동차 판매 수요가 급감하게 되자 셧다운을 연장하게 됐다.
앨라배마 공장은 연간 37만대의 북미형 엘란트라, 쏘나타, 싼타페 등을 생산해온 현대차의 북미 핵심 기지다. 현대차는 이번 휴업 연장으로 총 45일간 가동을 중단하게 돼, 4만대 이상의 생산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달 10일까지 가동을 중단하는 기아차 조지아 공장도 24일까지 휴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또 당초 9일까지 문 닫기로 했던 현대차 브라질 공장도 정부 방침에 따라 24일까지 가동을 중단한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도 휴업을 연장하게 됐고, 이달 13일 가동 재개 예정인 기아차 멕시코 공장도 셧다운 연장을 검토 중이다.
국내 공장도 상황이 좋지 않다. 현대차는 준중형 SUV ‘투싼’ 수출 모델을 생산하는 울산5공장 2라인을 13~17일 세운다. 모델 노후화와 미국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출 수요가 감소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기아차의 경우 이미 모닝, 레이 등을 동희오토가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셧다운에 들어간 상태다. 코나, 벨로스터를 생산하는 울산1공장도 최근 감산한 데 이어 휴업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경영 악화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ㆍ기아차는 판매목표(480만대)의 87%에 불과한 418만대 판매에 그쳤다. 이로 인해 누적 재고물량이 4개월치 판매량인 106만대까지 늘어난 바 있다. 현대차 영업이익률도 전년 대비 0.6%포인트 감소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최근 출시한 제네시스 ‘GV80’ ‘G80’, 기아차 ‘쏘렌토’, 현대차 ‘아반떼’ 등을 앞세워 판매감소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도 최근 생산현장을 방문해 신차 생산을 늘려달라고 독려한 바 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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