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에서 팔리고 있는 호흡기질환 전문가 중난산 공정원 원사의 피규어. 웨이보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오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단연 중난산(鐘南山ㆍ84) 공정원 원사다. 전염병 위험이 고조될 때마다 들썩이던 민심도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퇴치 영웅인 그가 입을 열면 이내 잠잠해질 만큼 그에 대한 중국인의 신뢰는 상당하다.

그런데 중 원사에 대한 중국인들의 무한한 신뢰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난데없이 ‘중난산 피규어’가 무단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초상권 침해는 물론 대중의 불안감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온라인 중고용품 쇼핑몰에 ‘백의천사 중난산 원사 기념판’이라는 타이틀의 피규어가 등장했다. 중 원사의 체형을 6분의 1 크기로 축소한 것이다. “모든 관절이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선전문구가 선명하다. 가격은 700~9,999위안(약 12만~172만원)이다. 판매자는 “100% 수작업으로 제작한 모형”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중 원사의 사진과 동영상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주문자가 원하는 모습의 중 원사 사진을 보내면 나무뿌리 조각이나 팻말, 티셔츠 등을 제작해 발송해주는 쇼핑몰도 문을 열었다. 신경보는 9일 “일부 아주머니들은 중 원사의 얼굴을 프린트한 20~45위안짜리 티셔츠를 단체로 맞춰 입고 광장무를 추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 매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비난과 항의가 빗발쳤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이자 최고 권위지인 인민일보는 “중 원사에 대한 국민들의 열정이 일개 소비로 전락했다”면서 “그의 명성과 영향력에 편승해 대중을 모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 원사는 코로나19 사태의 변곡점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 1월 80대 노구를 이끌고 방역 최일선인 후베이성 우한으로 향해 ‘역행자(逆行者)’라는 애칭이 붙었고, 명성에 걸맞지 않게 고속철 2등석 좌석에 앉아 눈을 붙이는 장면이 공개돼 잔잔한 감동을 줬다. 또 바이러스의 인체 감염 가능성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등 전문가의 식견을 십분 발휘해 정보 왜곡으로 지탄받던 중국 정부의 체면을 그나마 지켰다. 중 원사가 지난 2월 “중국이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고 언급하자 여론이 일제히 가세하면서 미국과 험한 말을 주고받는 ‘발원지 공방’이 벌어진 것은 그의 막강한 영향력을 입증하는 단적인 사례다.

중 원사는 매주 목요일 하루 일반환자를 진료하는데 “접수비가 1,200위안”이란 내용이 지난주 SNS에 퍼져 주목 받기도 했다. 통상 병원 진료 접수비가 50위안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비싼 액수다. 다른 의사의 경우라면 비판여론이 거셌겠지만 대다수 중국인들은 “접수비가 비싸야 환자가 몰려들지 않아 중 원사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며 오히려 그를 두둔했다.

중 원사를 상품화하는 얄팍한 상술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초상권 침해에 대한 처벌과 경제적 피해보상 등을 요구할 수 있다”고 조언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별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일부 중국인들은 “중 원사가 환자를 치료하느라 워낙 바빠 판매자와 소송을 벌일 시간이 없을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이런 물건을 구매하지 말자”고 불매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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