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분업체계·공급망 붕괴 우려

세계무역기구(WT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올해 세계 무역량이 최대 32%까지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감염병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폭의 교역 위축을 불러오는 것인데, 내년 회복 가능성도 불확실하다.

8일(현지시간) 로베르토 아제베도 WTO 사무총장은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무역 규모가 13~32%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제베도 총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무역과 생산량의 감소는 가계와 기업에 고통스러운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정책 입안자들은 대유행 여파에 대한 계획 수립에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북미다. WTO는 북미 지역의 수출이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에서는 17.1%, 부정적일 때는 40.9%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중국 등이 포함된 아시아 지역의 교역도 13.5~36.2% 감소를 예상했다.

WTO는 전염병이 빠르게 통제되고 무역이 다시 확대되면 내년에는 다시 교역 규모가 올해보다 20% 이상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전염병이 장기화되거나 반복적인 발생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가계와 기업은 계속 조심스러운 지출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무역 영향이 아직 수치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다만 구매관리자지수(PMI) 같은 일부 지표들이 무역 위축을 예견하고 있다. JP모건 글로벌 PMI에 따르면 3월 제조업 수주는 기준치(50)에 한참 못 미치는 43.3, 신규 서비스 수출은 35.5까지 떨어진 상태다.

세계 7위 수출국인 한국의 수출 회복도 요원하다. 정부는 당초 올해 경제정책방향에서 지난해 10.4% 감소한 수출이 3.0%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가치사슬 붕괴 영향으로 1~3월 수출은 지난해보다도 1.0% 줄어들었다.

WTO는 코로나19로 인한 가치사슬 붕괴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전자, 자동차는 부품 수요ㆍ공급망이 전 세계로 퍼져있는 국제 분업체계가 가장 강한 분야다.

WTO는 “전자제품 수출을 놓고 볼 때 한국의 외국인 부가가치 비중은 30%를 훌쩍 넘는다”며 “공급망 붕괴를 관리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과 내수 기업 모두에게 도전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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