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프 닥터’ 데버러 벅스, 민방위복 입는 정은경과 대비 
 코로나 심각 상황서 화사한 차림새, 미국인에 희망 메시지 
미국 백악관의 코로나19TF 조정관 데버라 벅스는 언론 앞에 설 때 주황색(위 사진부터) 등 화려한 색깔의 스카프를 두른다. 워싱턴= EPA 연합뉴스

요즘 미국 백악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 때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 왼편에 서 있는, ‘스카프 닥터’라 불리는 데버라 벅스(64) 코로나19TF 조정관이다.

면역학자 출신인 벅스는 군 의학센터에서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확산 방지 연구를 하다 2005년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로 옮긴 전염병 전문가이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지명을 받아 국무부에서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의 긴급계획(PEPFAR)’ 업무를 맡았다. 지난 2월 코로나19TF조정관으로 발탁됐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설명, 단호하지만 부드러운 화법, 차분한 태도 등으로 호평받고 있다.

이를 테면 ‘미국판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인 셈인데, 다른 점도 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1월 첫 브리핑에서 정은경 본부장은 말쑥한 검은색 재킷 차림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노란색 점퍼 형태의 민방위복을 꺼내 입었다. 정부가 한마음 한뜻으로 최선을 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메시지다. 정 본부장은 두 달 넘게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부쩍 수척해지고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이 때문에 화제가 되고 칭찬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인 1월 20일 정은경(왼쪽 사진) 질병관리본부장은 검은색 재킷을 입은 말쑥한 차림새다. 하지만 3월 9일에는 수척해지고, 흰머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연합뉴스ㆍ뉴스1

반면 검은 정장의 남성들 속에서 벅스 조정관은 단연 돋보인다. 단정하게 묶은 금발머리에 깔끔한 원피스나 블라우스를 입고 그 위에다 형형색색의 꽃이 그려진 하늘빛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 흰색 실크 스카프 같은 것을 가볍게 묶거나 어깨에 살짝 걸쳐준다. 여성스러우면서도 우아한 옷차림이다. 가끔은 제복을 연상시키는 남색 금장 더블 재킷에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둘러 포인트를 주기도 한다. 원색 원피스 위에는 화사한 스카프를 매치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흰색 원피스에 하늘색 스카프를 두른 데버라 벅스(맨 오른쪽)가 4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에 참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그 때문에 생겨난 ‘스카프 닥터’ 별명에는 비난이나 조롱보다 애정이 듬뿍 담겼다. 워싱턴포스트(WP)는 “노련한 정치인의 매끈한 정장도 아니고, 온 국민의 체온을 재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흰 가운도 아니고,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학자의 밋밋한 옷차림도 아닌” 벅스의 스타일을 두고 “지금 사태가 심각한 수준이고 해결하기 쉽지 않겠지만, 여전히 우리는 한 명의 인간이며,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고 평가했다.

데버라 벅스의 패션만 모아서 올린 deborahbirxscarves 인스타그램 캡처.

국가적 재난상황에서는 옷차림도 주요한 소통 도구다. 제대로 갖춰 입지 않으면 상황을 가볍게 여기는 것 같고, 지나치게 세련되면 이미지에만 신경쓰는 것 같다.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은 “한국이라면 심각한 상황에 밝고 화사한 차림새에 거부감을 드러낼 수도 있겠지만, 미국 사람들은 반대로 그의 패션을 통해 희망과 긍정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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