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수업 장기화“등록금 아깝다” 빗발
정부 “대교협 제안 따라 관계부처 협의”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학가 재난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소속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아무것도 안 하고 학점을 날로 먹는 것 같아요. ‘학점 잘 받을 기회인데 괜히 휴학했다’라며 냉소를 짓는 친구들까지 있을 정도죠.”

홍익대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는 이번 학기 등록금으로 낸 500만원이 그렇게 아까울 수가 없다. 군 복무를 마치고 학교에 돌아온 첫 학기, 학업에 전념하자는 결심은 일주일도 채 가지 못했다. 실습 수업이 많은 학과 특성상 대면 강의가 불가피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이론, 실습 가릴 것 없이 모든 강의가 5월 10일까지 온라인으로 전면 대체됐기 때문이다. 설계 수업의 꽃 모형 만들기는 컴퓨터 작업물로 대체됐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구매한 설계실의 고가 장비들도 사용이 금지됐다.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던 모 교수의 중간고사 또한 과제 제출로 갈음하게 돼 시험 변별력도 사라졌다. 동기들 사이에선 “이게 사이버대학이지 대학교냐”는 빈정거림이 나왔다. 김씨는 “솔직히 돈이 아깝다. 다음 학기에 복학할 걸 그랬다”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학들의 부실한 온라인수업이 사실상 한 학기 내내 이어지고, 여기에 더해 긴급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 이슈가 불거짐에 따라 대학 등록금반환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우리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등록금은 물론 돌려받기 힘든 주거비용까지 맞물리면서 대학생과 학부모들이 절감하는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캠퍼스 주변 곳곳에선 등록금 환불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총선을 앞둔 정치권도 “대학ㆍ대학원생 1인당 100만원씩 특별장학금 지급”(미래통합당), “코로나 특별 무상등록금 도입”(정의당) 등 목소리를 더했다. 이에 교육계는 마치 떠밀리듯 ‘재난 장학금’ 형식의 등록금 반환 논의를 하며 학생들의 요구에 응하는 제스처를 보이기 시작했지만 ‘허리 휘게 만드는’ 비싼 등록금이 낳은 구조적 문제에 직접 답한 게 아니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9일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제안한 장학금 형식의 등록금 반환 방안과 관련해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실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교협은 지난 7일 신임 회장단과 교육부 차관, 실ㆍ국장과의 면담에서 등록금 환불 요구와 관련해 “장학금 방식으로 진행하되, 교육ㆍ연구력 향상을 위해 지원된 대학혁신지원사업비를 활용하게 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대교협은 학생들의 등록금 반환 목소리가 커지지만 대학 역시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절충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한다. 황홍규 대교협 사무총장은 “대학들이 방역과 원격교육시스템 구축ㆍ운영, 외국인 유학생 특별관리 등에 상당한 예산을 쏟고 있는데다, 기존에 운영하던 수익시설들도 다 문을 닫으면서 지출만 커지고 있다”며 “등록금도 12년째 동결된 상황이라 학생들의 요청에 부응하기 위해 국고지원금이라도 활용하게 해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대구지역 대학들이 재학생 전체 또는 일부에게 10~20만원의 재난피해 장학금을 지급한 선례도 반영됐다.

교육계가 등록금 반환에 ‘장학금’이라는 형식을 고수하는 것은 눈여겨볼 지점이다. 실제 상당수 대학은 재난 극복 독려 차원의 장학금 지원안은 긍정하면서도 ‘환불’이라는 표현에는 난색을 표한다. 이번에 등록금 환불이 이뤄지면 다른 사안에도 다시 학생들이 환불을 요구할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황희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현행법상 한 달 또는 한 학기 동안 휴업하지 않는 이상 대학이 등록금을 환불해야 할 의무는 없다”며 “장학금을 주면 학생들의 부담은 줄여주되 환불 책임에 대해 양보할 필요도 없으니 대학으로선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온라인강의에서 시작된 등록금 논란은 향후 대학 교육의 질과 관련된 근본적 문제제기로 번질 조짐이다. 학생들은 이미 한해 1,000만원에 가까운 등록금과 어울리는 수준의 강의가 제공되는지, 대학이 그만큼의 미래를 보장하는지에 대해 따져 묻기 시작했다. 최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대학 등록금 감액규정 관련 헌법소원이 그 예다. 심판을 청구한 인하대생 이다훈(25)씨는 “학생들의 권익 보장을 위해서는 등록금이 약속한 교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이를 감액받도록 해야 하는데 관련 규정이 아직도 없는 것은 교육부장관의 입법 부작위”라며 “학생들은 내실 있는 교육에 목말라하지만 대학은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학습권 침해만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이 단순히 교육을 ‘서비스’의 차원에서 재단하는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명숙 배재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립대들이 등록금을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산정하면서 대학 강의 역시 상품화되어 질적 높낮이 문제로만 조명되고 있다”며 “학생들의 문제제기가 등록금 책정 준거의 적절성을 따지는 것을 넘어서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열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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