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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라도 보니 개학 같구나” 전국 원격수업 첫 날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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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라도 보니 개학 같구나” 전국 원격수업 첫 날 풍경

입력
2020.04.09 14:29
수정
2020.04.0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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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맞은 9일 서울 마포구 숭문중 윤석준 교사가 실시간 쌍방향으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전국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맞은 9일 서울 마포구 숭문중 윤석준 교사가 실시간 쌍방향으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선생님, 마이크가 안 켜졌어요.”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숭문중학교 ESD융합교실. 이효석 교장이 인사말을 시작하자 안재훈 안전생활부장이 황급히 사인을 보냈다. 숭문중은 이날 온라인 개학을 위해 교실을 미니 방송국으로 만들었다. 한껏 긴장했던 이 교장이 마이크를 켜고 카메라를 보면서 다시 인사를 시작한다. “3학년 여러분 반갑습니다.” 새 학기 교사들을 소개하고 “파이팅!”을 외치는 훈화말씀까지 끝내는 데 걸린 시간은 5분, 온라인 개학식이 조촐하게 끝났다.

전국 중·고등학교가 사상 처음 원격수업을 시작한 이날 학교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풍경들이 연출됐다. 각 교실은 원격수업을 위한 임시 스튜디오로 바뀌었고, 교사들은 실시간 ‘접속자 수’를 확인하고 노트북 화면에서 연신 손을 흔들었다. 우 교감은 “등교개학 전까지 학년별 시간표를 임시로 운영한다”며 “학생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1,2교시는 실시간 쌍방향, 3,4교시는 콘텐츠 활용형, 점심시간 이후는 과제 제출형 위주로 수업방식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교시 영어 수업을 맡은 윤석준 교사는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과 구글 클래스를 활용해 실시간 쌍방향으로 수업했다. 구글 클래스에 미리 탑재한 교육용 CD교재를 열어 회화 패턴을 소개하고, 간단한 퀴즈를 내면서 학생들의 집중을 유도했다. 윤 교사가 특정 학생에게 질문을 하면 줌 프로그램이 켜지면서 호명된 학생의 얼굴이 화면이 떴는데, 어떤 학생은 신이 나 그 자리에서 일어서서 춤을 추며 퀴즈에 답하기도 했다. 수업을 끝낸 윤 교사는 “아이들 얼굴을 보니 개학이 실감난다”면서 “수업은 진행할 수 있는데, 원격수업 기간 각 가정에서 학습 격차가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4교시 수학수업은 교사가 직접 녹화한 동영상을 보고 문제를 풀고 토론하는 ‘콘텐츠 활용형’으로 진행됐다.

우희정 교감은 “3학년 학생 137명 중 93명이 온라인 개학식을 시청했다”면서 “3교시 수업 참여한 학생은 116명인데, 대부분 학부모 아이디로 로그인을 해 출석이 안 된 경우라 담임이 안내전화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4교시를 시작할 즈음 접속자는 130명으로 늘었다.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숭문중에서 온라인 개학식이 열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숭문중에서 온라인 개학식이 열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그러나 대다수 학교가 사용하는 EBS온라인클래스에 이용자가 갑자기 몰리면서 오전 접속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오는 16일 초등 4~6학년과 나머지 중고생 400만명이 한꺼번에 온라인 개학을 맞으면 대규모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는 초기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경기 수원시 고색고 온라인 개학식에 참석해 “온라인 개학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고, 새로운 도전이다”며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지만 문제점을 즉각 해결하면서 대안을 찾아 나서겠다”고 말했다.

교원단체는 교육 당국의 지원을 요구했다. 한국교총은 이날 의견문을 내고 “IT 강국이라는 자부심은 교육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음이 이번 온라인 개학을 맞아 여실히 드러났다”며 “디지털, 정보화 교육을 강조하면서도 온라인 시스템조차 구축하지 못한 현실에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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