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GPP 회의 5월까지 모두 취소
관련 서비스 개발도 뒤로 밀려
‘최초 상용화’ 선점 효과 옅어지며
투자 비용 회수 시기도 늦어질 듯
게티이미지뱅크

“올해부터 글로벌 5세대(5G)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1월2일, 장석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경자년(庚子年)인 올해 5G 전망은 장밋빛에 가까웠다. 지난해 4월3일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기세가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에서였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에서 연초부터 5G에 대한 청사진을 내비친 배경이기도 하다. 세계시장을 선도할 것이란 바람은 국내 이동통신업계의 희망도 부풀렸다. 그랬던 5G 시장 전망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복병에 흑빛으로 변하고 있다. 국제 협의체 차원의 5G 기술 표준 논의가 제자리걸음인데다, 타국의 5G 상용화 일정 또한 연기되는 추세다. 지난 1년 간의 기술 축적과 운용 경험으로 올해부터 비즈니스 확대 및 수익 창출을 기대했던 국내 통신사들의 계획에도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이동통신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5G 기술 표준을 제정하는 세계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가 2단계 5G 표준에 해당하는 ‘릴리즈16’ 확정을 연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한 차례 확정 시기를 3개월 미뤄 올 6월 제정을 목표로 했는데 또 미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5G 표준은 통신사, 제조사, 장비사 등 관련 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5G를 구현할지 투표 등을 통해 마련하는 일종의 ‘약속’이다. 표준이 정해지면 이에 따라 서비스, 단말기 등이 개발되고 전 세계에 출시된다. 하지만 시작부터 꼬이고 있다. 관련 기업들이 모여 표준을 정해야 할 총회가 코로나19로 미뤄지고 있어서다. 당장 5월까지 예정돼 있던 3GPP 오프라인 국제회의가 모두 취소됐다. 3GPP 의장단은 웹세미나, 온라인 회의 등으로 공백을 메우겠다고 했지만 비대면 회의의 한계 때문에 논의가 더딘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기술(IT) 전문매체인 벤처비트는 “중요한 세부 사항들이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3GPP 5G 표준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무선 기술 기업 인터디지털의 다이애나 파니 선임은 글로벌 통신 전문매체 라이트리딩에 “이메일과 온라인 회의로 논의하다 보니 기존 대면 회의보다 2배의 시간이 더 소요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 동안 국내 통신사들은 논의될 예정이었던 국제 표준에 우리 기업들의 기술 방식이 많이 반영되도록 3GPP 연구에 적극 참여해 왔다. 여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렇게 표준 제정이 늦어지면 관련 서비스 개발도 자연스럽게 뒤로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 세계 최초 상용화란 타이틀을 실질적인 경제 효과로 이어가려고 했던 국내 통신사들의 맥이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릴리즈16’의 경우엔 초저지연 성능, 차량·사물 간 통신 등을 규정해 5G를 융합 산업으로 본격 확장할 수 있는 기반 표준이어서 안타까움은 배가되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이동통신 3사 설비투자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통신업계 관계자는 “남들보다 먼저 5G를 검증하고 사업화하는 선점 효과를 보려고 세계 최초 상용화에 몰두했던 것”이라며 “표준이 늦어지면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시기도 늦어질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한 해 이통 3사는 5G망 구축 등 설비투자로 8조7,900억원을 썼다. 이는 2017년(5조3,700억원)보다 64% 증가한 규모다.

전문기관의 시장 전망에서도 타이밍의 중요성은 부각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뉴주에 따르면 대표적 5G 융합 산업인 ‘클라우드 게임’ 시장이 전 세계 5G망 가용성이 받쳐준다면 50억5,000만달러로 커질 수 있지만 가용성이 떨어지면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4억5,000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스페인,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마저 코로나19로 5G망 구축에 필요한 주파수 경매를 연기한 것도 부정적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시나리오별 클라우드 게임 시장 규모 전망. 그래픽=강준구 기자

정부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5G 시장 영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업계 실무자들과 5G 전략위원회를 열고 있다”며 “표준 문제를 포함해 코로나19 세부 영향과 필요한 해결책 등을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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