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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담] “‘침묵의 나선’ 효과로 숨은 약자 표심, 10%포인트나 된다… 50대에서 총선 결정될 것”

입력
2020.04.09 20: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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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분석가 현경보 빅디퍼 연구소장

 

 1ㆍ2당 격차 이미 3~5%포인트 차이로 좁혀진 상태 

 15대부터 20대 총선까지 6번 모두 선거 예측 틀려 

 지역구 민주당 122~137석, 통합당 113~129석 예상 

 50대에서 승부…코로나로 인한 노령층 투표율도 변수 

6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지난해 '여론전쟁'을 저술한 여론분석가 현경보 빅디퍼 연구소장이 4ㆍ15 총선 판도와 여론조사의 정확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6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지난해 '여론전쟁'을 저술한 여론분석가 현경보 빅디퍼 연구소장이 4ㆍ15 총선 판도와 여론조사의 정확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9일부터 총선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면서 투표일까지 6일 동안 21대 총선이 ‘깜깜이’ 국면으로 돌입했다. 투표함을 열기 전까진 여론의 향방을 알 수 없고, 판세 예상은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이전까지 쏟아졌던 총선 여론조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총선 여론조사의 정확성이다. 대통령선거나 지방선거와 달리 총선은 ‘여론조사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예측이 쉽지 않다. 이번에도 자고 나면 1등이 바뀌는 박빙 선거구가 적지 않고 조사기관에 따라 결과가 들쑥날쑥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빅데이터 스타트업인 빅디퍼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여론분석가 현경보씨를 만나 선거 예측 보도의 정확성, 여론조사 결과의 올바른 독해법, 총선 판세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SBS 기자로 재직하며 20년 가까이 선거 예측 업무와 여론조사를 담당했던 현 소장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저서 ‘여론전쟁’을 펴내 호평을 받았다.

-국민에게 공표되는 총선 사전 여론조사는 언제 처음 시작됐나.

“1996년 15대 총선이다. 그 전까지는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보도하는 것이 불법이었다. 선거 판세를 파악할 수 있는 곳은 오로지 정당과 여론조사기관뿐이었다. 하지만 1992년 선거법 개정으로 후보 지지도 여론조사가 허용되고, 여론조사 공표도 선거운동 기간 전에는 가능해졌다. 또 1994년 선거법이 다시 개정돼 투표 마감 즉시 선거 예측 보도도 허용됐다.”

-저서 ‘여론전쟁’에 15대부터 20대 총선까지 6번 모두 선거 예측 보도가 틀렸다고 나온다.

“그렇다. 15대 총선에서 방송사들은 선거 당일 신한국당이 175석을 얻을 것이라고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139석을 얻는 데 그쳤다. 대참사였다. 1987년ㆍ1992년 대선과 1995년 지방선거에서 당선자 예측에 성공했던 경험이 자만심을 키웠다. 총선에서 250여개 지역구 당선자 예측을 근거로 정당별 의석수를 예측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몰랐던 것이다. 당시 방송사들은 오차범위도 무시한 채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는 경합 지역의 1위 후보자를 당선 예상자로 발표했다. 한마디로 무모한 보도였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도 새천년민주당을 원내 1당으로 예측했으나 실제로는 한나라당이 1당이 됐다.

“16대 총선에선 방송사들이 사상 처음으로 80여개 경합 지역을 대상으로 출구조사까지 실시했지만 역시 예측에 실패했다. 출구조사를 처음 실시하다 보니 사전 준비가 치밀하지 못했다. 또 출구조사 300m 거리 제한 규정도 부실 조사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석수를 과대 예측하는 바람에 또다시 쓴맛을 봐야 했다.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압승할 거라는 건 누구든 알았다. 실제로 출구조사도 170여석을 예측했지만 실제 결과는 152석으로 간신히 과반이 됐다. 출구조사 제한거리를 100m로 줄이고, 조사대상도 120여곳으로 늘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시 젊은 학생들이 면접원으로 가다 보니 보수당인 한나라당에 투표했던 나이 드신 분들이 응답을 회피하는 경향이 많았다. 응답자의 사회심리적 민감성으로 인해 출구조사가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도 한나라당이 170석까지 얻을 수 있다고 예측했지만, 결과는 153석이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듬해 치러져 한나라당의 압도적 우세가 점쳐졌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앞서나가는 정당을 과대 예측하는 이런 경향은 앞선 15ㆍ16ㆍ17대 총선에서도 나타났다. 가장 최근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도 여당인 새누리당이 1당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더불어민주당이 1석 앞선 123석을 얻어 1당이 되면서 출구조사가 사실상 빗나갔다.”

-1당이 예상됐던 정당들이 사전 여론조사 결과보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는 이유는 무엇인가.

“‘침묵의 나선’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당이 여론조사에서 과대평가되고, 뒤를 쫓는 정당이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숨은 약자의 표심이 있는 셈이다. 이들은 적극적으로 응답하지 않는다. 그런 점을 감안해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해야 한다.”

-2012년 19대 총선도 야당이던 민주당이 조금 앞설 거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결과는 여당인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투표 당일 출구조사뿐만 아니라 사전 전화 여론조사가 실제 투표 결과와 너무 큰 차이를 보이자 여론조사 무용론까지 나온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18대 총선을 거치면서 전화조사 응답자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당시 휴대폰이나 070 인터넷 전화가 널리 보급되면서 집전화 없는 가구가 급증했다. 기존 전화조사는 KT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집 전화번호들을 대상으로 조사대상 가구를 선정했으니 조사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19대 총선과 20대 총선이 그런 경우였다.”

6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지난해 '여론전쟁'을 저술한 여론분석가 현경보 빅디퍼 연구소장이 4ㆍ15 총선 판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6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지난해 '여론전쟁'을 저술한 여론분석가 현경보 빅디퍼 연구소장이 4ㆍ15 총선 판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이번 총선에선 정당에게만 허용했던 휴대폰 안심번호를 언론사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높여줄 수 있을까.

“그렇다고 본다. 다만 안심번호를 쓴다고 해서 전화조사가 완벽히 개선될 거라 보진 않는다. 표본의 대표성이나 조사방법 외에도 여론조사 응답자의 사회심리적 요인 등이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ARS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동일한 시점에 대통령 국정지지도 같은 특정 주제를 놓고 전화면접 조사와 ARS 조사를 동시에 실시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ARS의 경우 전화면접 조사에 비해 양극단의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다. ‘매우 잘한다’ 또는 ‘매우 잘못한다’는 응답이 많다는 얘기다.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응답자들이 여론조사에 더 많이 반영되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러면 ARS 여론조사는 정확성이 떨어지나.

“흥미로운 점은 선거를 예측하는 데는 ARS가 전화면접 조사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ARS는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사람들이 더 많이 응답하기 때문에 선거 당일 실제 투표하러 가는 사람들의 표심을 더 잘 반영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 보니 평소 민심을 확인하는 데는 다소의 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선거 때는 전화면접 조사에 못지 않은데다 비용도 저렴하니 후보자들이 많이 이용하면서 결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거다.”

-보수야당은 최근 여론조사에 여권 지지자 응답이 과도하게 반영돼 있어 조사 결과가 실제 민심과는 많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들을 보면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응답이 50~60% 정도 나온다. 하지만 대선 당시 문 대통령 득표율은 41.1%에 불과하다. 이 문제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문재인 정부에 보다 호의적인 사람들이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응답자는 현재 분위기에 순응해가는 심리를 갖고 있어 당선된 사람을 찍었다고 거짓 응답할 가능성이다. 이런 현상은 박근혜 정부 때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보수야당에서는 ‘숨은 보수표’가 10%포인트 이상 있다고 주장한다.

“숨은 보수표가 있다기보다는, 앞서 얘기했지만, 침묵의 나선 효과로 인해 여론조사에서 현재 열세인 정당을 지지하는 표심이 숨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과거 20대 총선을 보름 앞둔 시점까지 3주간 평균 정당 지지도를 살펴보면 새누리당은 한국갤럽 39%, 리얼미터 39%였다. 민주당은 한국갤럽 21%, 리얼미터 27%였다(※보통 리얼미터 조사에선 무응답이 적어 정당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편이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선거에서 얻은 실제 득표율은 38.3%로 사전 여론조사와 거의 비슷했다. 반면 민주당은 실제로 37%를 얻어 10%포인트 늘었다. 즉 1위 정당은 현재의 지지도가 실제 득표율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데 그 뒤를 쫓아가는 정당은 나중에 숨은 표심이 반영돼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현 시점에서 3주간 정당 지지도를 비교해 보면 민주당은 한국갤럽 42%(열린민주당 3% 포함), 리얼미터 44%다. 미래통합당은 한국갤럽 23%, 리얼미터 31%다. 2016년 사례에 비추어 보면 민주당은 지지도 그대로 42~44%의 득표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있고, 통합당은 10%포인트를 더하면 41%에 이르러 양당이 거의 비슷하게 근접할 수 있다. 제 생각으로는 양당 격차가 이미 3~5%포인트 차이로 좁혀졌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정당별 예상 의석수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이번 선거는 무소속이나 제3지대 정당이 들어갈 여지가 적다. 253개 지역구에서 이들이 가져갈 의석은 다 합쳐봐야 3석 내외다. 현재 정당 지지도가 유지될 경우 지역구에선 민주당 122~137석, 통합당 113~129석 정도 예상해볼 수 있다. 또 47석이 걸린 비례대표 의석의 경우는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이 합쳐서 20석 내외, 미래한국당 17석 내외, 정의당과 국민의당 등이 10석 내외 가져갈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남은 선거운동 기간 지지도 격차가 10%포인트 이내로 줄어들 경우 통합당이 1당을 할 수도 있다.”

-코로나19가 투표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거라 보나.

“이번 총선은 50대 연령층에서 승부가 결정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60대 이상 연령층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총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우선 코로나는 나이 드신 분들에게 오히려 더 치명적이니 이들이 투표를 꺼려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정치에 적극적이지 않은 젊은이들이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투표장에 안 갈 가능성이 있다. 저는 나이 든 사람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조금 더 투표장에 적게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영화 논설위원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 현경보 소장은

연세대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SBS 기자로 20년 간 선거 예측 업무와 여론조사를 담당했다. SBS 재직 시 국내 언론사상 처음으로 ‘한미 FTA 찬반 공론조사’를 실시하고,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등 수백 편의 시사토론과 대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현재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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