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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을 앞두고 어떤 후보가 30대와 40대, 더 정확히는 30대 후반과 40대가 우리의 성장사를 잘 모르고 막연히 기득권 세력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을 했다가 문제가 되었다. 당사자가 다시 사과하고 소속정당은 후보직을 취소하는 등 일단락은 되었지만 단지 실언 정도로 넘기기보다는 3040 세대에 대해 다시 성찰할 필요가 있다. 1997년의 외환 위기부터 지금까지 연구자로 3040 세대를 지켜본 경험을 통해 보면 이들을 앞선 세대의 성과 위에서 풍요를 당연시하고 막연한 투정을 부리는 세대로 인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굳이 풍요의 세대라고 한다면 베이비부머(1955년부터 63년생)의 자식 세대인 에코 세대라고 할 수 있고 그들은 대략 20대 후반이나 30대 전반에 해당한다. 물론 에코세대도 상대적으로 경쟁이 심해 상당한 취업난을 겼고 있지만 적어도 베이비부머에 해당하는 이들의 부모는 고도 성장기에 안정된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고 부동산 재테크로 자산을 형성하고 국민연금제도의 수혜를 받는 등 선택받은 행운의 세대였고 그 혜택을 자식 세대가 공유하고 있다.

반면에 30대 후반부터 40대들의 부모 세대는 오늘날 60대 후반부터 70대에 해당하는 세대인데 이들 베이비부머 이전 세대는 고생한 것에 비하면 크게 재산을 늘리지도 못하고 대졸자도 적어 좋은 직장에 다닌 사람들도 적다. 어렵게 돈을 벌어 자식들 학원에 보내고 대학교육 시키는 데 투자하고 오늘날에는 상대적으로 노인 빈곤에 처한 세대이다. 그분들의 자식 세대인 지금의 30대 후반 40대 세대는 그래서 부모에게 의지하기도 힘들고 오히려 100세 시대에 부모 부양의 책임만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들 3040 세대에게 냉혹한 환경을 던져왔다.

우선 3040 세대는 노동시장에서도 처음부터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즈음에 시작된 IMF 경제위기로 제대로 된 좋은 직장을 잡기 어려웠고 취업시장에서 계약직 등 비정규직이 갑자기 늘어나 이후에도 줄어들지 않았으며 경제가 저성장 모드로 바뀌면서 5060세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실력을 발휘할 기회도 줄어들었고 베이비부머가 직장에서 은퇴하면 이제 숨통이 틀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느닷없는 코로나 실업 위기로 한창 나이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었다.

결국 이들은 성장의 과실을 제대로 향유해본 경험이 거의 없고 시장은 공정하지 않다는 불신이 많으며 자신과 자식과 부모의 생활 안정을 위해선 분배를 더 중시하는 진보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역사적으로 집단경험을 통해 결정된 것이니 괜히 세상사는 논리가 없다고 들이댈 것도 아니고 왜 그러냐고 다그칠 문제도 아니다. 시장경제원칙이 중요하다거나 시장이 살아야 한다는 논리는 일견 시장의 쓴맛만 경험한 이들에게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시장경제를 더 공정하게 만들고 이들에게 시장에서 보상받을 기회가 더 주어지지 않는다면 성장의 낙수효과만 기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총선만이 아니라 다음 대선도 그렇고 앞으로 이들 세대에게 시장경제나 복지, 성장과 분배란 이분법적 잣대를 들이대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구도가 맞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이미 과거부터 현재까지 지나오면서 취약해진 자신들의 시장 자산을 보완해줄 복지가 늘어나야 하고 아울러 현재부터 미래까지 장기간 노동시장에서 기회를 보장받을 시장의 공정성이 필요하다.

베이비부머나 또는 86세대는 컴퓨터를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고 대학을 다닌 세대이다. 우리 역사에서 정보화 세상의 경험은 지금의 3040 세대부터 본격적으로 생겼다. 능력에 비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해온 이들 세대에게 나이가 아닌 능력에 따른 직무급 보상을 해주고 이번 코로나 경제위기에도 최대한 일자리를 유지해주고 비정규직을 열심히 정규직화 시켜주는 기업이나 정당이 이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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