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남성 A씨는 5년 전부터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어지럼증과 두통, 피로감 등의 증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두 차례 입원해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정확한 병명은 찾지 못하고 그저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나아지는 듯싶다가도 다시 반복되는 증상이 벌써 수 년 째 지속되고 있는 A씨. 이제는 일에 집중하기도 어려워 직장에 병가를 내야 하는 횟수도 점점 잦아지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 ‘신체증상장애’
통증, 소화불량, 식욕저하 등 증상 다양
A씨처럼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만성적인 고통을 경험하는 경우 ‘신체증상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신체증상장애란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 스트레스 및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전신에 걸쳐 다양한 신체증상을 나타내는 장애를 말합니다. ‘신경성’ 혹은 ‘기능성’ 질환이라고도 불리며 관절이나 인대, 근육 등 몸의 여기저기에 통증이 반복되거나 소화불량, 복통, 식욕저하, 메스꺼움 등 내과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한 명확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만성 어지러움과 두통, 피로감으로 나타날 수 있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가슴통증 등 다양한 증상이 단독 혹은 중복돼 나타납니다. 소아 및 청소년 연령에서도 나타날 수 있으나, 흔히 20~30대에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여성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납니다.
◇철저한 검사가 선행된 후 진단 필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의 신체적 불편감이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과도한 불안감과 걱정이 반복될 경우 신체증상장애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실제 내∙외과적 이상 소견이 있더라도 객관적인 상태에 비해 증상이 심하고 과도한 불안과 기능저하가 있을 때에도 신체증상장애를 진단할 수 있습니다.
섣불리 정신적 문제로 판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실제 증상을 유발할 만한 신체질환이 있는지, 어느 정도인지 철저한 검진과 검사가 선행돼야 합니다. 만약 의학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쇠약감과 마비증상, 발작, 시청각 저하 및 감각의 변화 등 신경학적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전환 장애로 진단하기도 합니다.
증상을 가장하고 의도해서 꾸미는 인위성장애나 꾀병과 달리 신체증상장애 환자는 실제로 증상을 경험하면서 이로 인한 고통으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가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전문가와의 충분한 상담과 철저한 검사를 통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감각의 과도한 증폭과 뇌 기능의 이상이 원인
신체증상장애는 매우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나타나게 됩니다. 신체감각을 과도하게 증폭해서 느끼거나 왜곡된 감각을 느끼고, 신체적 불편감에 대해 예민해지면서 불안과 걱정이 동반되는 병리기전에 뇌 기능 이상이 연관돼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신체질환이나 외상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실제 의학적 소견에 비해 환자가 경험하는 증상과 불안이 과도하거나 왜곡돼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만성화할 가능성 높아, 정신의학과 치료받아야
신체증상장애는 한 번 발병하면 만성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초기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증상의 불편감이 심해지면서 신체증상의 가짓수가 많을수록 만성화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다수의 증상이 있는 경우라면 반복적인 검사만할 게 아니라,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지만, 정확한 진단과 함께 질환과 관련된 요소를 교정하는 인지행동치료 및 정신치료, 약물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점차 증상을 완화시키고 기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신체와 정신의 통합적 이해가 치료의 열쇠
특정 증상을 구분 짓기도 모호한데다 명확한 원인을 찾기도 어렵다면, 대체 신체증상장애는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 걸까요?
원인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결국 신체증상장애는 뇌기능의 저하로 인한 신경감각인지의 이상이 신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이는 곧 우리의 신체와 뇌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쉽게 말해 스트레스를 받은 뇌가 여러 가지 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해 우리 몸의 심혈관계와 소화기계, 호흡기계, 내분비계 등 전신에 걸쳐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우리 뇌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그 외에도 심리적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음주, 흡연, 비만 등의 건강위험요소를 차단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심리적 요인을 동반한 신체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상담치료, 약물치료 등을 통해 우울, 불안 등의 증상과 자율신경계 증상을 조절할 수 있도록 치료해야 하며, 환자가 겪고 있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방법을 전문의와 함께 찾아나가야 합니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의사와 공감 관계를 형성하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인들과도 우호적 관계 형성을 통해 생활환경을 함께 개선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많은 분들이 지쳐가고 있는 시기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즐거운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 실천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건강한 생활리듬을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